온라인서 찬양 밀물…'CEO 사냥꾼' 모자·티셔츠 등 기념품까지 등장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건강보험사 대표를 총으로 쏴 살해한 루이지 만조니(26)에게 대한 기부와 지지가 쇄도하자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기류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기브센드고(GiveSendGo) 한 곳에서만 이날까지 만조니를 위한 기부금 3만1천달러가 모였다.
'루이지 만조니는 영웅', '루이지를 석방하라', 'CEO 사냥꾼' 등의 글귀와 만조니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와 모자를 판매하는 사이트들도 등장했다.
틱톡에서는 만조니의 사진과 영상에 '그는 절대적 전설이다' 등 추앙의 메시지를 담은 숏폼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또 뉴욕에선 만조니의 체포 이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얼굴 사진을 넣어 '수배'(Wanted)라 적은 전단도 곳곳에 붙엇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만조니를 의적이나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기류는 그가 체포된 이후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모금 플랫폼 기브센드고에서 만조니의 행동을 '정당화되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건강보험 적용을 거부하는 행위는 살인인데 아무도 그런 범죄로 기소되지 않는다"며 민간 건강보험사들을 비난했다.
만조니는 지난 4일 아침 뉴욕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CEO 브라이언 톰슨(50)을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닷새만에 체포됐다.
만조니는 체포 당시 건보사들의 이익 추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서도 휴대하고 있었다.
만조니가 달아난 동안 온라인 공간에선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낸 그의 과거 사진이 공개되고, 여기에 미국 건강보험 체계의 맹점과 보험사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의견들이 더해지면서 그에 대한 일종의 '팬덤'이 형성됐다.
만조니가 명문 사립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의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석사를 받은 '엘리트'라는 점도 이런 팬덤 형성에 한몫했다.
만조니는 평소 1980년대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 폭탄테러범 '유나바머'를 흠모하고 인공지능과 스마트폰에 적대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등 평소 반(反)문명적인 모습을 자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만조니에 대한 팬덤이 확산하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 출신인 뉴욕시립대 필리페 로드리게스 교수는 "사람들이 만조니를 순교자로 만들었다"면서 "건보사를 상대로 싸워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만조니는 그저 냉혈한 살인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도 만조니의 팬덤은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우린 견해를 표명하거나 정책적 이견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만조니처럼) 사람을 냉혹하게 살해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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