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악화에 대통령 '흔적 지우기'…대학가 시국선언 잇따라
진보 정당·시민단체 "1분 1초라도 빨리 구속"…곳곳 촛불집회 예고
(춘천=연합뉴스) 유형재 박영서 강태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12일 발표하자 강원 각계에서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 보수적 성향이 가장 짙고 윤 대통령의 외가가 있는 강릉에서조차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강릉 한 카페에서는 현 국가 위기에 대한 강릉 인사 1천인 시국선언이 열렸다.
이들은 "대통령은 국지전 도발 가능성을 이유로 또 다른 비상조치를 기획하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하고 즉각 퇴진하라"며 "탄핵, 퇴진, 하야 등 비상사태와 관련한 모든 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양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회 표결을 회피함으로써 국민이 부역한 책무를 방기한 국회의원들은 즉시 국회 표결에 참여해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데 책임을 다하라"고 덧붙였다.
시국선언에는 김정식 목사와 최기홍 신부, 김한근 전 강릉시장, 김형익 전 강릉상의 회장, 이제현 강릉원주대 총학생회장 등 청년학생과 원로, 종교, 의료, 문화예술, 산업, 경제, 법조 등 각계 분야 인사 1천200여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을 향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릉시의회 의원들은 이날 권성동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을 사과하고, 강릉시민의 뜻을 받들어 탄핵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릉시지역위원회도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담화를 통해 우리는 그의 체포와 탄핵만이 해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어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는데, 이번 선택은 국민의힘이 내란 수괴인 윤석열을 지지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권 의원이 말한 것처럼 '독이 든 성배'가 아니라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성스러운 성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원내대표로서의 역사적 사명인 대통령 탄핵에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불법계엄 내란죄 윤석열탄핵 강릉비상행동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의 편에 서보지 않은 자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영영 알 수 없을 것이고 그저 국민만 탓할 것"이라며 "국민만 탓하다가 국민의힘도, 새 원내대표가 된 친윤 권성동도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날로 악화하면서 강릉에서는 식당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 '흔적 지우기' 양상이 목격되고 있다.
강릉 한 순두부 식당은 손님들의 등쌀에 못 이겨 윤 대통령이 다녀간 흔적을 지웠다.
해당 식당 업주는 "손님들이 윤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는 '언제 왔다 갔느냐', '왜 왔다 갔느냐'라고 자꾸 물어보시고, 어떤 분은 '꼴 보기가 싫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통령이 꼴 보기 좋고 싫고를 떠나 손님들의 질문에 대꾸를 해줘야 하는 게 힘이 들어서 최근에 없앴다"고 설명했다.
도내 대학가에서도 연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울려 퍼지고 있다.
이날 오전 한림대학교 정문 앞에서 한림대 학생들은 "국민에게 총을 겨눈 윤석열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며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고 국민을 불안에 빠뜨려 알량한 권력을 연장하려는 자에게 한시라도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어 "국민을 이기는 독재자는 없다"며 "언제나 위태로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으로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한림대 학생 414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림대 학생들은 오는 13일 학생총회를 소집해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한 학생 결의와 후속 행동을 논의하기로 했다. 학생총회는 재학생 6천242명의 10%에 해당하는 624명이 참석할 경우 열린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이후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도 쏟아졌다.
정의당 강원특별자치도당은 "이번 담화는 국민을 향한 적반하장식 협박이자 내란 합리화에 불과하다"라며 "술주정뱅이 극우 유튜버가 대통령이 된 듯한 궤변들을 듣는 내내 참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지경"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담화는 극우세력을 향한 위험한 내전 선동"이라며 "4·19 혁명이 보여주었듯 독재자의 퇴진은 국민의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진보당 강원특별자치도당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거대 야당의 패악질을 경고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위험천만한 독재자가 대통령 자리에 단 일 초도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도 성명을 통해 "긴 시간 동안 발표된 내용은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아닌 적반하장과 궤변"이라며 "국회의 탄핵 말고는 그 어떤 대안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도 "이런 대통령이 배출된 것 자체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수치"라며 "국민을 상대로 '광란의 칼춤'을 벌이는 윤석열을 1분 1초라도 빨리 구속·탄핵하라"고 요구했다.
도내 곳곳에서는 이날 저녁에도 시민·노동단체를 중심으로 한 촛불집회가 이어진다.
춘천과 원주, 동해, 속초, 고성, 철원 등 각 지역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전망이다.
taeta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