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반대표 던져…이스라엘, 가자 폭격 지속에 사상자 속출
서안지구선 이스라엘 버스 공격받아 어린이 1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엔 총회가 1년 2개월 넘게 살육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11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결의안 채택은 찬성 158, 반대 9, 기권 13으로 이뤄졌다.
강제력이 없는 이번 결의안에는 '인질 전원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자지구 주민들, 특히 북부 주민들이 인도적 지원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결의안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런 방안들이 책임 있게 실행될 수 있도록 기존 틀을 이용하거나 과거 경험에 입각해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임무를 이스라엘이 존중하고 이 기구의 활동을 허용하도록 촉구하는 별도 결의안도 찬성 159, 반대 9, 기권 11로 통과됐다.
이스라엘은 UNRWA가 테러활동을 돕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년 1월 28일부터 이 기구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을 지난달 중순에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번 결의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휴전을 하더라도 인질 석방을 전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번 총회 결의안과 유사한 문구를 담은 결의안이 지난달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논의됐을 때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보리에서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지 못한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는 통과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이번도 이런 경우다.
결의안 표결 전에는 유엔 회원국 대표 수십명이 팔레스타인 측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유엔 안보리 슬로베니아 대표인 사무엘 주보가르는 "가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괴됐다"며 행동하지 않는 데에 대해 역사가 가장 가혹한 비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침 가오우아오우이 주(駐)유엔 알제리 부대사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보고도 침묵하고 행동하지 않는 태도의 대가는 매우 무거우며, 내일이면 더 무거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와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 대니 다논은 "오늘 총회에 제시된 결의안은 논리가 전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우드 주(駐)유엔대표부 미국 부대사는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수치스럽고 그릇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결의안이 통과된 후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 리야드 만수르는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휴전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을 볼 때까지 계속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 2건이 통과된 11일에도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민간인들 수십명이 숨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33명이며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 당국은 밝혔다.
또 AFP에 따르면 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이트 잘라에서는 이스라엘인들이 탄 버스가 팔레스타인 주민으로 추정되는 범인으로부터 총기 공격을 받아 12세 소년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범행 장소는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이 있는 곳 근처의 고속도로다.
이스라엘 육군은 총격범의 행방을 쫓고 있다.
12일에도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적 구호업무를 하고 있던 사람들을 겨냥해 폭격을 가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와 칸 유니스에서 트럭으로 구호물자를 반입하는 업무를 담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을 표적으로 2차례 공습을 가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8명, 부상자는 30명이다.
이와 별도로 가자 시티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주택을 폭격해 6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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