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미약품그룹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임시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미약품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권 행사를 놓고 경영권 분쟁 당사자 양측의 주장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사 해임 안건 통과를 위해선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한 만큼 소액주주 표심이 이번 임시주총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은 4자연합이 6명으로 형제 측 4명에 앞서고 있다. 형제(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는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4자연합 측 이사 신동국, 박재현을 해임하고, 빈자리에 박준석, 장영길 등 신규 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4자연합은 기존 3자연합(한양정밀 신동국 회장·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에 사모펀드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주축이다. 라데팡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킬링턴 유한회사를 통해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들이며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임시 주총은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만큼 한미사이언스의 주주권 행사 방향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4자연합과 형제 측이 각각 5대 5의 동수를 이루고 있어 주주권 행사 주체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임종훈 대표이사는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가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령이나 정관, 이사회 규정 등에 대표이사의 주주권 행사를 정해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미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집된 임시주총이기에 어떤 법적, 절차적 흠결도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4자연합은 임종훈 대표의 독단적인 주주권 행사가 권한 남용이라 주장하며,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4자연합 측은 “회사의 적합한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고, 형제 측의 사적 이익 달성을 위한 권한 남용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사실상 개인이 한미약품 최대주주 행세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미약품 경영권 장악을 위해 이사 해임이 필요한 형제 측이 한미사이언스 주주권을 확보하더라도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의 표심이 결정적으로 필요하다. 이사 해임 안건의 경우 특별결의안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66.7%) 이상의 찬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은 각각 한미약품 지분 38.3%, 10.2%을 보유 중이다.
한편, 법원이 19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결과에 따라 형세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경영인 협의체, 안정적 거버넌스 강조
한미약품 구성원은 박 대표 거취가 위협되자 그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그룹 협의체’를 구성하며 힘을 결집하는 모습이다. 박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 협의체는 박 대표를 포함해 주요 본부장 7인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사업본부 박명희 전무 △신제품개발본부 김나영 전무 △R&D센터 최인영 전무 △글로벌사업본부 신해곤 상무 등 4인과 △팔탄사업장 제조본부 김병후 상무, 평택사업장 제조본부 김세권 상무, 제제연구소 임호택 상무 3인이 이름을 올렸다.
협의체의 인사들은 “박 대표의 전문성과 리더십은 한미약품의 핵심 자산”이라며 경영권 변동이 회사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미약품은 “거버넌스 이슈와 사업적 의사결정을 분리해 주주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두 곳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의 ‘4개 안건 모두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ISS는 “지난 2년간 한미약품이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할 때, 박재현(사내이사) 등의 부실 경영을 주장하는 (형제)측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임종윤 사내이사, 주주들에게 비전 제시
형제 측의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는 최근 주주들에게 호소문을 통해 한미약품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소액주주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한미약품의 주가를 100만 원대로 도약시키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사회공헌 한미’로 거듭나겠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내놓았다.
임 사내이사는 독단적 경영으로 지주사와 갈등을 빚어온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고, 박준석 신임 이사를 통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도입, 친환경 공정 구축, 탄소중립 목표 설정 등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년 자사주 매입과 소각, 적정 배당 규모 및 분기 배당 도입,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한 ‘주주 동행 발전위원회’ 구성 등의 방안을 제안하며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임종윤 사내이사는 최근 일주일 동안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45만6559주를 매각하며 지분율을 12.46%에서 11.79%로 줄였다. 이는 주식담보대출 상환과 마진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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