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주식 저가양도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허 회장이 지난 2월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12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날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SPC 회장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 등이 보유하고 있던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해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거래가 이뤄진 시기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가 시행되기 직전이다. 검찰은 허 회장 등이 파리크라상과 샤니로부터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에 양도하게 해 매년 8억원 상당의 세금을 회피했다고 봤다.
검찰은 밀다원 주식이 취득가(2008년 3038원) 또는 직전 연도 평가액(2011년 1180원)보다 낮은 주당 255원에 거래됐다고 봤다. 밀다원 주식을 보유하던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저가 매수를 통해 각각 58억1000만원과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
1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허 회장 등이 총수 일가에 대한 증여세 회피를 목적으로 주식 거래를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한 고의는 (주식) 저가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양도 주식 가액을 결정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면하게 된 것은 밀다원 인수 때문이지 (주식을) 저가로 매도했기 때문이 아니다. (주식을) 저가로 양도한 것이 증여세 회피를 위해서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도 허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SPC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를 시행하기 전에 (이 사건 행위를) 한 정황은 있지만 밀다원 주식평가 방법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를 배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허 회장 법률대리인인 성장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1∙2심 판결에 이어 오늘 대법원 판결로써 밀다원 주식양도는 적법한 것이었고 부정한 목적이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이 최종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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