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반군 "친튀르키예 반군에 공격당하는데 방관만"…배신감 토로
미 중재로 양측 일단 휴전…권력공백에 반군간 충돌 틈타 IS 득세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시리아에 권력 공백이 생기자 그동안 반목해온 쿠르드족 반군과 친(親)튀르키예 계열 무장조직 간에도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일부 지역에서 미국의 중재로 휴전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미국과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함께해 온 쿠르드반군 쪽에선 미국이 튀르키예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들을 버리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시리아 쿠르드반군 핵심 조직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총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맹인 쿠르드족을 버리고 있다면서 정국 혼란을 틈타 시리아에서 IS가 다시 득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부 만비즈를 미군과 합동작전을 벌여 IS로부터 탈환해 8년간 통치해온 SDF는 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 친튀르키예 반군인 시리아국민군(SNF)의 공격을 받았다.
SNF의 공격에는 튀르키예가 무인기(드론)와 공습을 지원했으며, 치열한 대규모 교전 결과 양쪽에서 사망자만 최소 218명이 나왔다.
하지만 이 전투 당시 SDF는 IS 격퇴전을 함께 벌여온 우군인 미군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면서 자신들을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바니 사령관은 NYT에 "(IS와 싸우면서) 우리는 많은 인명을 희생해가면서 이 도시를 미군과 함께 해방했는데, (교전 당시) 이곳을 보호하겠다는 미국 측의 결단은 없었다"고 비난했다.
결국 미국의 중재로 만비즈에서 양측은 교전을 중단하고 11일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곳을 8년간 통치해온 쿠르드 반군조직 SDF도 이른 시일 내에 병력을 만비즈에서 철수시키기로 했다.
이런 시리아 내 반군조직 간 심각한 충돌의 배후에는 접경국인 세속주의 이슬람 국가 튀르키예가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미국과는 동맹 관계다. 그런데 미국이 쿠르드 반군을 시리아 일대 IS 격퇴전의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는 데 반해, 튀르키예는 자국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무장 조직인 쿠르드 반군을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집단으로 간주한다.
터키는 특히 독립국을 세우려는 쿠르드 분리주의자를 무력 진압하고 전투를 벌이는 등 지난 수십년간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반면에 쿠르드 반군은 미국이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의 눈치를 보느라 IS 격퇴전의 핵심 우군인 자신들을 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SDF의 코바니 사령관은 만비즈 전투 당시 "미국은 우리를 도울 의사가 없었다"면서 이는 미국이 시리아에 가져오려고 했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시리아의 권력공백과 반군조직 사이의 충돌을 틈타 극단주의 테러조직 IS가 재부상할 가능성이다.
쿠르드족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을 벌여 그 조직원들을 수용하는 수감시설을 운영하고 난민 캠프도 관리해왔다. 그런데 쿠르드반군의 핵심 조직인 시리아민주군(SDF)이 수감시설과 난민 캠프 관리에 투입된 병력을 친튀르키예 무장세력과의 전투를 위해 전선으로 돌리면서 수감자들이 탈출해 IS에 재합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리아를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시리아에는 SDF가 관할하는 20개의 시설에 IS 조직원 9천명 이상이 수감돼 있다.
미국은 쿠르드반군과 튀르키예 사이에서 어느 한 편에 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튀르키예가 테러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미국은 IS 격퇴전에서 SDF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목표가 겹치거나 충돌하는 지점이 있는데, 상황을 주시하면서 두 목표가 모두 충족될 수 있도록 튀르키예 측과 적절한 대화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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