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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파운더리 업계가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1%p로 좁히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SMIC(6%)와 화홍반도체(2.2%)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8.2%로, 삼성전자(9.3%)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이는 SMIC와 화홍반도체가 표준 공정(Mature Node)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결과다.
SMIC는 첨단 공정 기술에서 뒤처져 있지만, 표준공정에 집중하며 공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고객사에게 최대 40%의 할인을 제공하는 전략은 빠르게 일감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적자 확대라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이러한 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파운더리의 약진과 표준 공정(Mature Node)
중국의 파운더리 약진은 정부 지원이 핵심 배경이다. SMIC는 2022년 약 20억 위안(38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며, 올해도 추가 지원을 통해 표준 공정 생산능력을 확장했다. 표준 공정은 통상적으로 28nm~40nm 이상의 공정을 의미하며, 업계에서는 이를 성숙 공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첨단 공정(Advanced Node)과는 기술적 성격이 다르다.
첨단 공정이 초미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이엔드 제품에 사용되는 반면, 표준 공정은 기술 안정화가 이루어져 대량 생산에 적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첨단 공정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아 생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표준 공정은 자동차 반도체, IoT 센서, 가전제품용 칩 등 초고속 연산 성능보다는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표준 공정은 자동차 산업과 IoT 시장 등에서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중국 파운더리 기업들은 EUV 등 첨단 공정 장비 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표준 공정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점유율 확대에는 유효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기술적 격차를 메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기술력과 표준 공정, 모두 잡겠다는 삼성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표준 공정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표준 공정은 선단 노드(첨단 공정) 사업화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고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발굴을 통해 표준 공정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첨단 공정에서는 2nm 공정의 양산 성공을 목표로 수율 개선과 PPA(소비전력·성능·면적)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 공정에서의 공급 과잉으로 고객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되고, 이는 삼성전자에게도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기술 경쟁 vs 물량 공세, 반도체 시장 갈림길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기술 경쟁과 물량 공세라는 두 축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중국 파운더리 업체들은 표준 공정에서 물량 공세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첨단 공정에서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평가된다.
SMIC는 EUV(극자외선) 장비 없이 DUV(심자외선) 장비를 활용해 5nm 공정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웨이퍼 폐기율 증가와 높은 생산 단가라는 한계를 동반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2nm 공정의 램프업(ramp-up)에 집중하며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술 혁신과 수익성 확보는 모든 반도체 기업의 공통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표준 공정과 첨단 공정이 분리된 시장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어려운 새로운 환경을 의미한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생태계의 재편
미·중 갈등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첨단 공정에서 뒤처진 중국은 표준 공정에서 점유율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가격 경쟁 심화라는 새로운 변수를 불러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기반의 차별화를 통해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특히, 미국의 기술 규제와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 사이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 구축과 전략적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표준 공정은 단순히 안정된 생산 방식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의 기술 혁신과 표준 공정의 균형 있는 운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 하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물량 공세는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 시장은 미·중 갈등과 더불어 기술 경쟁과 가격 경쟁이 교차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도약할 수 있을지, 중국의 표준 공정 중심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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