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산업 전문성 물음표… 경영 실패 사례 봤더니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 사진=뉴시스 김금보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는 가운데 산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MBK 인수한 기업 중 실적 악화오 노사 갈등으로 고전하는 사례가 다수 있어서다. 고려아연 역시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2008년 2조2000억원을 들여 케이블TV 회사 씨앤엠(현 딜라이브)을 인수했다. MBK는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노사 간 상생까지 내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AS와 설비 분야를 하청 구조로 전환했다.

특히 고용 유지 기간 3년이 끝난 2011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이 진행됐고,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것이 당시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2014년에는 하청업체 5곳에서 수리기사 109명이 해고됐다. 비정규직 노동자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조는 수개월에 걸친 파업과 집회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끝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유료방송 주도권이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흐름도 내다보지 못했다. 2016년엔 경영 악화로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문제를 겪고 있다. MBK는 2015년 약 7조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8년만에 1만명 가량의 직원이 홈플러스를 떠났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의 인수 이후 시설 투자 감소와 점포 폐점·매각, 업무 과중 현상 등으로 근로자들이 퇴사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적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영업손실은 1994억원이며 3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카드도 MBK 인수 이후 경영진과 노조의 갈등에 휘말렸고 실적 또한 부진하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60억원 대비 79.5% 감소했다. MBK는 롯데카드 매각을 시도 중이지만 매각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려아연 안팎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근거로 MBK가 국가기간산업이자 씨앤엠(C&M)보다 매출규모가 수십배 큰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최근 본사 임직원 2000여명(1175명 응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 이후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72.8%(855명)로 집계됐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76.2%가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고 96%는 사업과 운영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MBK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의)경영진을 교체할 생각은 없다"며 이번 인수가 PE로서 고려아연의 의사결정 과정 투명화 등 거버넌스 부문 개선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