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항공업계가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FSC) 합병과 저비용항공사(LCC) 시장 재편 등 격동의 상황에서도 연말 성수기를 준비했지만,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 여파로 실적과 수요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식 인수대금을 납입하고 기업결합을 완료함에 따라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통합될 국내 최대 규모의 LCC의 탄생도 머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 등 다른 LCC들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수선한 업계 흐름 속에서 항공사들은 연말 특수를 겨냥해 특가 항공권과 신규 노선, 현지 업체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왔다.
연말은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와 아웃바운드(한국인의 외국여행)를 아우른 업계 최고 성수기 중 하나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제선 여객수(695만명)는 작년 전체의 10.2% 비중을 차지한다. 또 지난해 4분기 아웃바운드 수(652만명)는 여름 성수기가 포함된 3분기(626만명) 대비 4.1% 많았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사용 고객을 위한 특별기를 운영하며 연말 수요 선점에 나섰다. LCC 중 유일하게 유럽 취항하는 티웨이항공은 22일까지 국제선 노선을 할인하고, 내년 1월 1일 유럽 항공권을 특가로 열 예정이다. 진에어도 현재 국제선 31개 노선에 최대 10% 할인을 제공중이다. 제주항공은 동남아와 코타키나발루에 17·18일까지 특가를 적용한다. 에어프레미아는 24일까지 뉴욕, LA, 방콕 등 7개 국제선 노선을 할인하기로 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 여파를 회복하는 시기 맞은 최대의 특수지만,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의 탄핵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간간히 비상계엄에 대해 예약 고객들의 문의가 들어오지만 실제 취소 요청까지 이어지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한다. 다만 세계 주요국들의 '한국 여행 주의보'와 외국 당국자들의 방한 일정 취소를 고려해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중이다.
해외 정부 당국자들의 일정 취소 행보는 자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혁중 경제평론가는 "주요 인사들이 안 온다고 하면 해당 국가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안 오게 될 것이고, 항공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도 비상계엄 사태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보다 19% 줄어든 83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환율로 비용 부담을 느꼈던 항공사들은 연말 성수기 수요를 확보해 이를 상쇄하려 했지만,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장중 1446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업계 특성상 원화 가치 하락은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사는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영공 통과료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강달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운임을 낮추거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환율 방어에 힘써왔다"라며 "그런데 환율이 어느 정도 오르는 선을 넘어섰다. 항공기의 문제도 정비의 문제도 아니어서 항공사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 이후 어렵게 회복한 실적이 또다시 떨어질 가능성에 항공업계는 조바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말 정국이 안정되면 인바운드 취소 등 사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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