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확실시…내년 2월23일 조기총선 이미 합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차기 총선을 앞당기기 위해 자신의 신임 여부를 표결해달라고 의회에 공식 요청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11일(현지시간) 숄츠 총리가 신임 동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회는 오는 16일 숄츠 총리의 연설을 듣고 토론한 뒤 신임 여부를 투표할 예정이다. 숄츠 총리는 이날 "조기총선의 길을 열고자 한다"며 "의원들이 내 제안을 따른다면 월요일(16일) 오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한다는 의원이 재적 절반을 넘기지 못하면 총리의 요청으로 대통령이 21일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앞당길 수 있다. 의회 해산을 선언한 뒤에도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의회와 내각은 업무를 계속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내리지 않는 게 관례다.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으로 구성된 '신호등' 연립정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던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지난달 해임하고 신임투표와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FDP의 탈퇴로 연정에 남은 SPD와 녹색당의 합계 의석수가 재적 절반이 안 돼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PD와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당초 내년 9월로 잡혔던 총선을 내년 2월23일 치르기로 이미 합의했다.
정당들은 숄츠 총리 불신임과 조기총선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지역별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는 등 이미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고의로' 신임 표를 던져 조기총선 계획을 무산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fD는 대부분 정당이 협력을 거부하는 탓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정부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녹색당이 투표에 기권하기로 이날 결정하면서 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연임에 도전하는 숄츠 총리도 전날 서민 지원을 위해 식료품 부가가치세를 7%에서 5%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거전에 나섰다. 숄츠 총리가 속한 SPD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5.9%로 소폭 올랐다. 그러나 CDU·CSU 연합(32.0%), AfD(18.2%)에 이어 여전히 3위에 머물렀다. 이대로라면 CDU·CSU 연합이 차기 정부 구성을 주도하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독일 총리 신임투표는 총리 자신만 발의할 수 있다. 옛 서독 시절인 1972년 빌리 브란트(SPD)부터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SPD)까지 모두 5차례 신임투표 가운데 3차례는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이어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2차례 투표를 부쳤고 앙겔라 메르켈(CDU) 전 총리는 16년 재임 동안 한 번도 신임투표를 요청하지 않았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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