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원장 김세완)은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PEF 20년 성과와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해는 지난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국내에 PE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국내 PE 20년의 성과 평가와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2004년 말 도입된 PE는 국내 2023년 말 결성액 136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PE는 M&A 시장의 핵심 주체로서 국내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10년대 초반 전체 M&A 거래의 10% 미만에서 2020년대 국내 M&A 시장의 30~40%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PE는 자금모집-투자-가치제고(밸류업)-회수 측면에서 해외와 상이한 특징을 나타내며 성장했다고 박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수익률 창출 등 운용역량의 개선, 바이아웃(buyout) 비중의 증가, 독립 운용사의 확산, 사업재편의 유동성 공급 등의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추가적인 도약을 위한 과제 해결도 필요하다고 봤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PE 출자자 구성은 해외와 비교해서 일부 출자자 유형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며 "단조로운 출자자 구성은 특정 출자자 유형의 자금관리 문제 시 자금 모집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PE 시장은 공/사적 연금, 금융회사, 기업, 펀드 오브 펀드(모펀드), 대학기금, 패밀리오피스, 국부펀드 등 출자자 구성이 다양하다고 예시했다.
국내 PE의 추가적인 성장 동력은 신규 자금원 개척이 동반돼야 한다고 박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국내 민간 모펀드(공모모펀드형 BDC 포함)를 위한 여건 성숙,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및 퇴직연금 운용 규제 완화 모색, 모험자본 시장 성장에 따른 국내 초고액 자산가 패밀리오피스 확산 가능성, 대학기금의 수익률 제고 필요성" 등을 꼽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PE의 실질적 투자기구인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출자자 범위를 다소 협소하게 정의한다"며 "현재 PE 기관 출자자 유형을 반영한 출자자 범위로 판단되나, 향후 범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피투자기업 수익성 제고를 위한 오퍼레이션 밸류업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PE는 출자자와 운용사 모두 성장성, 수익성 제고를 위한 오퍼레이션 밸류업을 PE 투자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집중적 밸류업 조직을 운영 중이다"며 "국내 PE도 관련 조직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투자 확대와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지역적, 글로벌 브랜드 구축도 꼽혔다. 국내 PE가 선도 운용사를 중심으로 해외투자 확대 및 역외펀드 결성을 통해 해외 출자자 유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박 선임연구위원은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대외 소통을 위한 업계 공동의 노력도 강조됐다. PE에 의한 한국 내 상장 대기업 바이아웃, 공개매수/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 증가, 공개매수가 관련 소수주주의 불만, 일부 국내 대형 PE운용사의 경영권 분쟁 참여와 행동주의 전략 운용 활동 등이 관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 PE 운용사들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투자 대상 및 방식에 뒤따르는 평판 위험을 민감하게 간주한다고 예시했다.
오선주 삼일PwC경영연구원 이사는 '국내외 PE 동향 및 이슈 점검'을 발표했다.
오 이사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PE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8조2000억 달러(2023년 6월 기준)이다. 2021년 이후 자금모집이 다소 감소하며 성장세가 소폭 둔화되는 추세다.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PEF는 총 1126개, 약정금액 136조원, 투자이행액 99조원으로, 2004년 PEF 첫 도입 이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오 이사는 "2025년부터 자본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며, PE 시장의 회복이 전망된다"고 봤다. 2022년부터 사모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본시장을 둘러싼 주요 매크로 변수들의 영향도가 감소하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또 투자자들의 엑시트(Exit) 압력 증가, 자금시장 경색 완화,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변화 필요성이 누적되며 PE 시장 회복을 전망했다.
오 이사는 "향후 투자 집중이 예상되는 부문은 반도체 소부장, AI(인공지능), 헬스케어, 의료 및 뷰티기기, K-뷰티/푸드/엔터 등"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패널토론에서는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로, 구자현 KDI 선임연구위원, 송영우 노먼밸류업파트너스 대표, 어준경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임유철 PEF운용사협의회 회장, 김경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구자현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이 국내 구조조정 시장에 들어오면서 한국형 PE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게 PEF 제도"라며 PEF 제도 도입 취지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PEF가 VC(벤처캐피탈) 이후 스케일업 그로스 펀드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신뢰도 받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
송영우 대표는 "오퍼레이션 임프루브먼트(improvement)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학계의 어준경 교수는 미국도 디스클로저 제도(disclosure rule)가 개정됐다는 점을 들며, 우리도 정보공개,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 임유철 PEF 운용사 협의회 회장(겸 H&Q코리아 대표)은 "PEF는 태생적으로 행동주의"라고 했다. 임 회장은 "PEF가 상장사 투자를 통해 거버넌스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하고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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