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 등 보복 배경 분석
집권1기 참패 딛고 진화…다양한 비관세 압박전략 구상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에 벌어질 무역전쟁을 대비해 협상카드를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반도체 부품 수출통제에 맞서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나선 것도 그런 전략의 일부라는 얘기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미국의 규제에 맞서 내놓은 최근 보복 조치를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새 행정부의 공세를 막거나 완화할 방어책으로 주목했다.
중국은 미국 상무부가 이달 초 인공지능(AI) 칩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대중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추가하자 중국산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흑연 등 4대 희소 금속의 미국 수출을 금지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에 더해 중국은 지난 9일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고 밝혔으며, 무인기(드론) 제작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의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도 제한하고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연쇄 보복은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주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특히 엔비디아가 이미 지난 수년간 중국과 거래 비중을 줄여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엔비디아 매출이나 성장을 직접 타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수위 조절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미 보복조치를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와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의 해리 하딩 교수는 엔비디아 조사를 포함한 중국 당국의 최근 조치들을 "매우 조심스러운 보복"이라고 진단했다.
하딩 교수는 "중국이 자신을 압박하는 이들에게 부정적으로 대응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보복할 것이지만, 동시에 이를 매우 계산되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통해 엔비디아가 최대 200억위안(한화 약 3조9천억원)까지 벌금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면서 이는 중국 당국이 차기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유효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칭화대 국가 전략 연구소의 리우 수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같이 진단하면서 "중국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과 무역을 억누르는 더 가혹한 조치들을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련의 강력한 대항 조치들을 사용하기를 원한다"며 이에 따라 애플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을 두고 트럼프 집권 1기 때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진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권좌를 비운 4년 동안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에서 꺼내 쓸 관세 외의 다른 연장을 마련하는 데에 매진했다고 짚었다.
중국은 트럼프 1기에 벌어진 무역전쟁에서는 미국의 관세폭탄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복 관세로 대응했으나 사태를 완화하는 데 실패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현재 계획하는 전략에는 특정 제품군에 대한 표적 수출 통제를 비롯해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사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입법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홍콩의 중국 전문 컨설팅 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중국 담당 부국장 크리스토퍼 베도르는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는 본질적으로 미국에 대항할 협상 카드들을 만들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러한 카드들을 당장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들은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