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류 진 기자] 건설업 침체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10대 건설사들이 '재무통'으로 꼽히는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7곳이 모두 최고경영자(CEO)를 바꿨다.
높아진 건설원가 탓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자 기업의 살림꾼 역할을 하는 재무 전문가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더팩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 롯데건설, GS건설을 제외하고 7곳(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이 CEO를 교체했다.
업계에선 건설업 침체가 길어지며 실적 악화에 직면한 대형 건설사들이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특히 대다수 건설사가 재무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했다.
HDC그룹은 지난 6일 정경구 HDC 대표를 HDC현대산업개발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재무 전문가인 정 대표는 2008년 HDC현대산업개발 재무팀에 입사한 이후 2020년 최고재무책임자(CFO) 대표이사에까지 올랐다. 2022년부터는 HDC 대표로서 그룹의 신사업 및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지난달 15일 홍현성 대표 후임으로 주우정 부사장(기아 재경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주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인물로 꼽힌다.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주 부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소형모듈원전(SMR),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경영전략과 재무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김형근 SK E&S CFO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례적인 연중 사장 교체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전략 및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역량과 재무 전문성을 두루 갖추 재무통으로 꼽힌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도 지난 3월 취임했다. 전 대표는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 및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등을 역임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이다. 2018~2022년 포스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전 대표는 내년 3월 24일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포스코그룹 사내이사 임기는 통상 1년이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 2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고 내년까지 수익률 회복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롯데그룹 연말 인사에서 유임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도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2022년 롯데건설 대표로 취임 당시 뛰어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인정받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박 대표는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이끈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재무 전문가를 CEO로 선임한 건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확보와 수익성 개선이 건설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2.85%로 집계됐다.
원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으로 95.88%에 달한다. 이어 현대건설(95.78%), SK에코플랜트(93.60%), 대우건설(93.36%), 포스코이앤씨(92.72%), 롯데건설(92.49%), GS건설(91.75%), HDC현대산업개발(91.03%) 순이었다. DL이앤씨(89.06%)만이 유일하게 80%대 원가율을 기록했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선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원가율이 오른 데는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급상승이 주원인을 꼽힌다.
2~3년 전에 수주했던 공사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했지만 그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를 떠안게 된다. 실제 원가율이 95%에 달하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건설사들은 원가율은 높아지고 이익률은 낮아지면서 재무관리와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PF 사업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10월 PF 리스크관리 협의체를 신설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악화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예년보다 빠르게 인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재무통을 대표로 앉히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임원 감축 등 인적 쇄신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