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산업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부의 202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이 올해보다 0.4% 감소한 총 11조4336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중 505억5700만원 규모였던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시추 예산은 98%(497억원) 삭감돼 8억3700만원만 편성됐다.
애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1차공 시추 예산 1000억원의 절반인 약 500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공사가 자체 충당할 계획이었다. 이마저도 빠듯한데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정부 측 예산 지원은 불가능해졌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1차공 시추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9일 부산항 남외항에 정박한 후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계획이다. 보급 작업을 마치면 오는 17일쯤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돌입한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두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추 예산을 충당해야 하는 석유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석유공사의 자산은 19조7799억원, 총부채는 21조1664억원으로 자본 총액은 마이너스(-) 1조3864억원에 달한다.
현재로선 회사채 발행이 가장 유력하다. 앞서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재정 지원이 없어지거나 어려워지면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사채 발행도 대안 중 하나"라며 사채 발행을 시사한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1차공 시추 예산을 힘들게 마련해도 2차 시추부터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2차 시추부터는 해외투자 유치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 역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시추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부존 가능성 여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만 현재로선 회사채 발행 등에 대한 검토는 정해진 게 없다"며 "일단은 기존에 확보했던 예산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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