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가맹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깜깜이 차액가맹금' 관련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210억원 반환 판결을 받은 가운데, 피자헛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해당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가맹본사의 부당이득금 반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가맹점주 94명은 피자헛 본사의 회생절차 신청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아닌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피자헛의 지분 100%를 손에 쥐고 있는 김광호 오차드원 회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김 회장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대한조선 등 조선업 관련 회사 2곳을 운영하는 수천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차드원은 2017년 한국피자헛의 인수를 위해 설립된 투자회사다. 그 해 미국의 얌(Yum!) 브랜드가 보유한 한국피자헛 지분 전량을 사들이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면서 실질적인 사주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차드원 인수 이후 피자헛의 수익성은 내리막을 걸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62억원 ▲2020년 56억원 ▲2021년 4억원 ▲2022년 2억원 손실(적자전환) ▲2023년 45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들이 피자헛 본사에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20년으로 1심과 항소심으로 진행된 2심에서 모두 승소해 최근 210억원의 반환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 부당이득금은 본사가 점주들과 합의하지 않고 떼간 깜깜이 차액가맹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상품 원재료와 부재료 등을 공급하며 마진을 남긴다. 점주들이 매월 본사에 내는 고정 수수료 및 광고비 등도 포함된다.
차액가맹금은 원재료 등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으로 가맹사업법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피자헛은 점주들과 협의 없이 원료에 차액가맹금을 붙여 판매해왔고, 지난 9월 항소심으로 진행된 2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2심에서 210억원을 배상하라고 명하면서 가집행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가집행은 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패소한 소송 당사자의 재산을 확보하는 절차다. 판결에 따라 발생한 채무를 항소·상고로 변제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지난달 4일 피자헛은 기업회생절차(CRP) 개시 및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같은 달 11일 서울회생법원이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포함한 절차를 승인하면서 점주들은 가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
ARS는 채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를 일정 기간 보류하는 제도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은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권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한다.
피자헛 측은 CRP와 ARS를 신청하면서 일부 소송 참여 점주들이 지난 10월 가집행 절차에 들어가면서 ▲종업원 급여 지급 ▲협력업체 납품 대금 지급 ▲주요 원재료 공급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피자헛 측은 회사 현금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해 가압류 동결을 해제하고자 CRP와 ARS를 신청했고, 이는 가맹본부 직원들, 가맹점주들, 파트너사 모두의 생존을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피자헛 관계자는 지난 10일 가맹점주 94명의 기자회견에 대해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법원의 중재 하에 채권자분들과 긴밀히 협의해 가능한 조속한 시간 내에 회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뉴스락>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가 210억원의 배상을 하지 않기 위해 회생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ARS 프로그램에 따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오늘(11일)까지 보류다. 오늘 혹은 내일(12일) 회생절차 실시에 대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피자헛 사건을 계기로 프랜차이즈의 관행적·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생 프랜차이즈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은 "이번 피자헛 법적분쟁은 가맹본사가 과도한 이득을 수취하면서 발생한 것이고, 관행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며 "대법원 인용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반환 청구가 인용된다면 반환해야 하는 만큼을 점주분들에게 지분 형태로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지분투자형 상생 프랜차이즈로 서로가 윈윈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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