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차(tea) 제조로 대기업 OEM에 이어 글로벌 진출까지 :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 인터뷰

캡슐 차(tea) 제조로 대기업 OEM에 이어 글로벌 진출까지 :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 인터뷰

ㅍㅍㅅㅅ 2024-12-11 13:07:39 신고

3줄요약

잘나가던 SK하이닉스,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에 용기를 얻어 창업의 길로

이승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김하섭입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건강에 좋은 습관을 빠르고 간편하게 제공하자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메디프레소(Medi+Espresso)로 지었습니다. 현재는 간편한 캡슐 형태의 다양한 차를 기존 캡슐 머신에 호환으로 제품화하고 있습니다.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 (출처: 톱클래스)

이승환: 어쩌다 창업의 길로 들어섰지요?

김하섭: 제가 성균관대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하면서 연합 벤처창업 동아리인 ‘미래벤처연구회’ 회장을 맡았는데요. 그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죠. 졸업 후 ROTC로 장교 복무를 하고 SK하이닉스 공채 1기로 들어갔어요. 하이닉스를 SK가 인수하고 처음 뽑은 공채가 저희 기수였지요.

이승환: 하이닉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김하섭: SK하이닉스에서는 반도체 통합 시스템 관리를 했어요. 반도체 제조만큼 고도화된 공정이 잘 없어요.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 한 300공정을 거쳐야 해요. 덕분에 제조에 대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또 직원이 수만 명에 회사가 많이 크다보니 조직에 관해서도 많이 배웠고, 중국 파견으로 2년 차에 대리를 달고 4년 차에 창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저기 하나하나만 해도 엄청 복잡하다, 그리고 저 뒤에 후공정이 저만큼 있다… (출처: 이베스트증권)

이승환: 실무에서 엄청 뛸 시기에 관두셨네요.

김하섭: 그렇죠. 당시 하이닉스도 빠르게 성장할 때라 다들 성과급 몇천씩 나왔을 때예요. 다행히 제 인사 평가도 좋았고요. 복지도 엄청 좋고… 근데 저도 막 바로 창업 바로 하자! 는 아니었는데 KBS <황금의 펜타곤>이라는 창업 오디션에 나가게 됐어요. 전국 2,800개 팀이 지원해서 최종 18개 팀만 방송에 나오는데, 그 경쟁률을 뚫고 저희 창업팀이 방송에 보도되면서 창업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승환: 이때 이미 그러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간 건가요?

김하섭: 회사 다니면서 했어요. 회사에서도 뭐 방송 촬영 몇 번 정도는 너그럽게 봐주셨고요. 그때 아이템이 한약 에스프레소 머신이었어요. 몸에 좋은 한방제를 개인 맞춤으로 넣으면 그 사람에 맞는 한약이 나오는 컨셉이었죠. 근데 막상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하니 창업 정신이 뿜뿜하더라고요. 그렇게 1년 정도 회사 일을 마무리 짓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건강에 좋은 것을 간편하게 제공하자’라는 사명으로 메디프레소를 창업했어요.

여기 한번 나갔다가 코가 꿰었다고 한다…

 

자신의 부족함에 사기까지 겹치다, 교원그룹과 매경그룹의 투자로 기사회생

이승환: 사업은 잘됐나요?

김하섭: 처음 한 2년간은 되게 힘들었어요. 가진 돈도 다 날리고, 사기도 당하고…

이승환: 시작부터 사기라니, 뭐가 되게 강력한데요;;;

김하섭: 반도체 종합 제조회사 출신이라 제조를 쉽게 봤는데… 저는 공정 쪽만 익숙했지, 금형, 양산, 목업, 이런 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어요.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도저히 상품화시킬 수준이 아니었어요. 캡슐 머신은 열과 고압이 발생하잖아요. 단순해 보이지만 난이도가 높아요. 네스프레소가 40년 된 머신인데, 그 노하우가 정말 무시할 게 아니더라고요.

다들 따라 하지만 잘 만들기는 힘든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

이승환: 그래서 얼마를 날린 거죠?

김하섭: 처음에 머신 한 번 만드는데 1억 날리고… 다음 해에 8천만 원 투자해서 2차 시제품 생산 들어갔는데, 투입해서 했는데 또 8천만 원 날리고. 이것저것 하면 2년 만에 2억 넘게 날린 셈이죠. 공장이 제대로 안 한 건 사실이고 사기라 하긴 했지만, 발주처가 진짜 전문성이 높지 않으면 흔한 일이거든요. 그냥 믿고 맡긴 제가 잘 몰랐던 거죠.

이승환: 그래도 그사이에 좀 발전은 있었나요?

김하섭: 네. 비록 두 차례 다 실패했지만 컨셉에서 발전이 있었죠. 첫 번째는 약간 원두커피 머신 같았어요. 한약재를 바로 달이는 형식이었죠. 근데 한의원도 아니고 바쁜 현대인이 이렇게 해야 하나, 그래서 두 번째 제조는 한방 티캡슐로 발전시켰죠. 또 조금만 손보면 시제품도 가능할 수준으로 올라왔어요. 이를 보고 교원과 매경그룹에서 5억 5천만 원을 투자해 주셨고, 다행히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 투자를 바탕으로 교원더오름에서 쌍화, 캐모마일 등 티 캡슐 9종을 출시했다

이승환: 이분들은 어떤 이유로 투자를 결정하셨나요?

김하섭: 교원그룹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요. 학습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문화, 호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푸드테크 쪽 협업 가능한 아이템을 찾고 있었죠. 특히 저희 캡슐은 렌트, 구독과 잘 맞아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때 한방의 인삼, 녹용, 이렇게 너무 딥하게 가기보다, 대중성을 위해 한방차를 내놓는 쪽으로 사업모델을 결정하게 됐죠.

 

끊임없는 개선으로 대기업들의 OEM까지 수행

이승환: 캡슐 하면 다들 커피부터 우선 떠올리는데, 차를 하고 있는 좀 대형 업체들도 있었나요?

김하섭: 네. 티젠, 흥국F&B, 천마하나로 등 다양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차가 커피만큼 시장이 크지 않지만 이미 많이들 뛰어들어 있고 해외 시장이 훨씬 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구글에서 ‘capsule tea’를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 쏟아져나온다

이승환: 그러면 메디프레소만의 차별점은 어디서 나오나요?

김하섭: 저희는 ‘제조’가 강점이에요. 특허만 22건 등록했어요. 보통 국내 캡슐 업체들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OEM 위주로 생산합니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반면 우리는 직접 저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함은 물론, 정관장, 공차 등 여러 대기업과 브랜드의 OEM도 맡고 있어요. 커피든 차든 캡슐 영역으로 진출할 거면 저희에게 맡기면 되는 거죠.

이승환: 아, 약간 화장품 업계 같네요. 코스맥스나 한국콜마에 맡기는.

김하섭: 맞아요. 화장품처럼 캡슐도 장치 산업이다 보니까 장비를 갖추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데 몇 년이 걸려요. 특허 장벽도 많이 쌓여 있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OEM을 맡기려는 회사가 많죠. 그런데 저희는 물밑에서 이 역량을 쌓아왔어요. 유통과 판로가 있는 곳이 저희의 제조 역량과 만나면 시너지가 잘 나더라고요.

메디프레소 공장의 모습, 다양한 캡슐을 생산 가능하다

이승환: 근데 말이 쉽지, 그 장비를 갖추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김하섭: 맞습니다. 생산 장비가 국내에는 없다 보니 해외에서 들여와 커스터마이징해야 했죠. 캡슐이 생각보다 섬세한 작업이 많아요. 원물을 캡슐에 넣는 필링 기술, 압착 실링지 붙이는 실링 기술, 완제품을 박스에 넣는 패킹 기술… 그런 것들을 장치화시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하다 보니까, 국내에는 매우 드문 캡슐 대량 생산 역량을 가지게 된 거죠.

이승환: 그 기술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거 아닌가요;;;

김하섭: 맞아요. 그래서 사실 저희가 초반 2~3년까지도 수작업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4평 공간에서 기계 하나 달랑 놓고 식품 제조 가공 승인 얻고, 다들 손으로 한 땀 한 땀 일했죠. 그렇게 2년이 지난 2020년도에야 가산에 50평 규모의 본격적인 공장을 지을 수 있었어요. 손으로 하나하나 해보며, 이걸 자동화할 수 있는지 계속 테스트하며 개선했던 거죠.

이런 공정 하나하나를 다듬어나간 결과

 

백종원, 한고은 마케팅에 이어 주요 백화점 진출까지

이승환: 그러면서 또 돈은 벌어야 하지 않습니까?

김하섭: 다행이었던 게 저희가 2019년 컬리에 제품을 출시했는데요. 당시 컬리가 강남 주민들의 트렌디한 플랫폼이었잖아요. 사실 큰 욕심 없이 시장 검증 정도로 생각하고 출시했어요. 근데 컬리에서 초기 1천 박스 완판됐고, 또 1천 박스도 완판되고… 이렇게 몇 번 완판이 됐어요. 그러니까 충분히 더 키울 가치가 있겠다 확신이 들었어요. 덕택에 추가도 투자로 들어오고, 생산 설비를 늘릴 수 있었던 거죠.

이게 대박을 터뜨렸다

이승환: 와, 대박이네요.

김하섭: 네. 그 이후에도 몇 년 더 고생하며 생산 자동화를 완성시켰어요. 캡슐이 자동화가 힘들긴 한데, 또 좋은 점이 한번 자동화하면 되게 편해요. 지금 저희 가산 공장이 200평이 넘는데 생산직이 5명밖에 안 되거든요. 그렇게 3~4년 고생해서 2022년쯤 자동화를 좀 시키고 나니 B2B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대기업들이 저희를 알고 캡슐 OEM 주문을 시작한 거죠.

이승환: 대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을 어떻게 알고…

김하섭: 생산라인을 잡는 3~4년 동안 저희를 알리기 위해 엄청 노력했어요. 박람회, 바이어, 이런 건 기본이고, 롯데마트, 이마트, 메가마트,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런 데 다 돌았어요. 근데 백화점 뚫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무리해서 한고은, 백종원, 두 분을 모델로 TV 광고까지 찍었어요. 솔직히 여기에만 10억 넘게 썼습니다.

백주부님을 섭외한 광고 한 방

이승환: 와, 엄청나네요. 작은 스타트업에서 빅 모델 영입까지…

김하섭: 남들 볼 땐 진짜 이상한 짓이죠. 그런데 효과는 확실하더라고요. 롯데백화점 5개 점에 매장을 냈고, 신세계백화은 식품관에도 들어갔어요. 보통 스타트업들이 엄청 크고 TV 광고 하던데,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TV 광고하는 자체만으로 B2B 신뢰도를 높이려 한 거죠. 덕택에 웬만한 백화점이나 식품 대기업들과 접점이 생겼고, 다행히도 그분들이 저희를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여러 기회를 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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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건강기능식품으로 글로벌 진출까지

이승환: 앞으로는 어떻게 회사를 키워가실 생각이신지요.

김하섭: 저희가 2023년 작년에 매출 21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적자도 계속 줄고 있고요. 하지만 몇백억 대 매출로 키우려면 지금 시장보다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래서 메디푸드나 케어푸드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능성 제품에 도전하는 쪽으로 계속 진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승환: 메디푸드, 케어푸드가 뭐죠?

김하섭: 몸에 좋은 먹거리나 마실 거리를 메디푸드라고 하고, 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걸 케어푸드라고 합니다. 저희가 케어푸드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 건기식 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요. 마침 저희가 올해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GMP 인증까지 받았고요. 덕택에 국내 캡슐 업계 최초로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어요.

건강기능식품에서 볼 수 있는 GMP 마크

이승환: 대단하네요…

김하섭: 네. 그리고 판로 개척도 중요하겠지요. 캡슐이 넣을 수 있는 곳이 참 많아서 좋아요. 집에도 넣을 수 있지만, 머신을 사무실이나 병원에 넣을 수 있죠. 또 호텔 각방 숙소에 넣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희가 아직 대기업만큼 유통력은 부족한 상황이니, 위의 건기식 등 타 회사에서 만들지 않는 다양한 캡슐을 기반으로 전국망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이승환: 제품군이 정말 다양한가 봐요?

김하섭: 네네. 하다 보니 진짜 많이 늘어났어요. 돼지감자 같은 곡물차도 있고요.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인 히비스커스, 한방재를 이용한 기능성 한방차…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만 약 27개 정도예요. 국내에서는 가장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독특함 덕에 미국 월마트 온라인 몰에서도 판매 중이에요.

제품이 많다 보니 이런 구매도 가능하다

이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하섭: 바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간편하게 챙길 수 있을까가 저희 메디프레소의 시작점이었어요. 그래서 기존 차 시장에 머물던 “기호성”에서 다양한 효능을 검증받은 “기능성”으로 제품을 계속 진화해 나가고 있는데요. 내년에는 세계 최대의 전자박람회인 “CES 2025”에도 혁 신제품이 모여있는 글로벌 파빌리온관으로 참가하는데, 우리의 자랑스런 K-컨텐츠인 전통차, 한방차를 세계에 알리고자 한참 준비 중에 있어요.

앞으로도 함께 일하는 임직원들과 함께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도전하고 혁신하면서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메디프레소가 되고자 하는 바람이 있네요.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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