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가 대가를 치르길 바랍니다' … 2011년 시리아 혁명의 도화선이 된 소년의 이야기

'알아사드가 대가를 치르길 바랍니다' … 2011년 시리아 혁명의 도화선이 된 소년의 이야기

BBC News 코리아 2024-12-11 12:26:58 신고

3줄요약
함자 알-카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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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년이었던 함자 알-카팁의 죽음을 계기로 이후 결국 내전으로 치달았던 2011년 시리아 시위는 더 격화하게 된다

바샤르 알 아사드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어디에서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바로 시리아 남부 요르단과의 국경 근처 소도시 다라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5월 21일, 이곳에서는 당시 13세였던 함자 알-카팁이 반정부 집회에서 체포된 지 몇 주 만에 시신으로 가족들의 품에 돌아왔다. 소년의 시신에는 훼손당하고 고문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함자의 죽음 및 담장에 알 아사드에 맞서는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다른 동네 청소년들이 고문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는 광범위한 시위를 촉발했고, 정부군은 더욱더 가혹한 진압에 나섰다.

그렇기에 현재 알 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상황에서 함자의 유가족이야말로 가장 기쁠 것이다.

하지만 BBC가 방문했을 때 집에는 아무도 축하하는 이가 없었다.

방금 가족들은 함자의 형인 오마르가 악명높은 사야드나야 교도소에서 사망했음을 확인해주는 문서의 스크린숏을 전해 받은 상태였다. 오마르 또한 2019년 경찰에 의해 체포된 이후 구금 중 숨을 거뒀다.

소년들의 어머니인 사미라는 슬픔에 몸을 떨며 아들 오마르가 감옥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오늘이나 내일이면 오마르가 돌아오리라 생각했다"는 사미라는 "그리고 오늘 비보를 접했다"고 덧붙였다.

검은 옷을 입은 어머니 사미라
BBC
또 다른 아들 오마르의 사망 확인 문서를 받은 어머니 사미라는 더 큰 슬픔에 휩싸였다

3달 전 사망한 남편을 애도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있던 사미라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겪길 바란다고 했다.

사미라는 "알 아사드가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면서 "신이 그와 그의 자녀들에게 복수해 줄 것"이라고 했다.

사미라의 조카인 호삼 알-카팁은 친지들의 대한 정보를 찾고자 사야드나야 교도소에 대해 샅샅이 파헤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SNS에서 해당 문서의 스크린숏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오마르의 파일을 발견한 이들은 그가 사망한 함자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온라인에 게시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다라의 주민 대다수가 자유를 되찾아 들뜬 마음으로 거리에 나와 있었다. 알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수십 년간 이어온 억압이 끝이 났으며,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알 아사드가 국외로 도망갔기 때문이다.

다라의 중앙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축하의 의미로 공중에 총을 쏘며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겼다.

사실 이 지역은 알 아사드 집권 기간 반대파의 핵심 거점이었던 곳으로, 학교와 주택 건물에는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을마다 탱크 탄환과 기관총 사격으로 부식된 흔적이 가득했다.

이곳 시리아 남부를 거점으로 하는 반정부 세력은 북부에서부터 밀고 내려와 지난주 수도를 점령한 이슬람 무장 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이끄는 반군 연합체와는 서로 다른 단체다. 그러나 이들도 지난 9일 수도로 집결했다.

'자유시리아군(FSA)'은 2011년 소년 함자의 죽음 이후 정부의 가혹한 탄압으로 인해 일부 정규군 장교들이 탈영해 민병대를 조직한 것을 계기로 다라에서 반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함자의 무덤
BBC
다라의 공동묘지에 있는 함자의 무덤. 정부군 탱크 포탄에 부서진 상태다

그중 하나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육군 장교가 되었다가, 반군 지도자로 변신해 현재 다라의 민병대 지도자로 활동하는 시인인 아흐메드 알-아와다이다.

인근 부스라 지역에서 만난 알-아와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느냐"고 했다.

"며칠간 울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분인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이곳 시리아의 모든 이들이 가족을 잃어봤습니다. 모두가 고통 속에 살았죠."

알-아와다는 자신은 지난 8일 HTS와 함께 다마스쿠스에 가장 먼저 입성한 이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대사관과 정부 건물로 가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했다고 한다.

"여러 민간 정부 관계자들을 포시즌스 호텔로 데려갔고, 그들을 보호하고자 호텔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광란의 시간이 펼쳐질 것을 알았기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심지어 정부 직원들도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이들에게 벌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이들도 시리아 국민이니까요."

하지만 알 아사드를 쉽게 용서할 순 없다고 했다.

"그가 시리아 국민들에게 한 짓, 시리아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가 법정에 서서 심판받고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알 아사드가 축출되며 시리아 내 여러 반정부 세력은 미약하지만 단결하게 됐다. 그러나 더 이상 공통의 적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 사력이 여전히 시리아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로 간의 다름은 결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리아가 과거 이라크나 리비아의 사례처럼 이후 혼란 속에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알-아와다는 "우리는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 이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 백색, 흑색으로 구성된 국기를 펼치는 여성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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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반정부 세력이 사용하는 녹색, 백색, 흑색으로 구성된 국기를 펼치고 있다

알-아와다가 이곳에서 몇 년간 맞서 싸운 상대는 알 아사드의 정부군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시리아 동부 지역에 흩어져 있는 '이슬람국가(IS)'도 위협적인 요소였다.

알-아와다는 2년 전 IS 고위급 인사인 아부 이브라힘 알-쿠라이시를 사살하는 등 자신은 이들과도 맞서 싸웠다고 했다.

현재 알 아사드의 강력한 지원 세력이었던 이란과 러시아는 IS를 더 이상 제지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곳 사람들은 혹시 IS가 부활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알-아와다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그들을 쫓아냈습니다. 우리는 IS의 지배를 받으려고 알 아사드를 몰아낸 게 아닙니다."

이제 알-아와다는 시리아 국민들이 다시는 독재자가 되지 않을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유로운 선거가 치러지길 바라고 있다.

한편 다라의 공동묘지에는 함자의 무덤이 있다. 약간 부서진 상태인데, 유가족에 따르면 반군과의 전투 도중 정부군 탱크 포탄에 의해 부서져 조각난 것이라고 한다.

한 친척은 "저들은 함자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함자를 때린 셈"이라고 했다.

이웃들도 와서 함자의 비석에 반정부 단체들이 쓰는 국기를 묶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곳 무덤가에는 공습이 이어지고, 전투가 벌어지고, 집에서 온 가족이 사망하기도 하는 등 지난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의 이야기가 잠들어있다.

알 아사드와의 전쟁은 끝났지만 시리아의 평화는 아직 이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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