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소름+뭉클…'조명가게' 1-4화, 시청자가 궁금했던 모든 것

알고 보면 더 소름+뭉클…'조명가게' 1-4화, 시청자가 궁금했던 모든 것

뉴스컬처 2024-12-11 10:26: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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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 사진=디즈니+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집은 무의식과 관련이 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가 11일 5, 6회를 공개하는 가운데 김희원 감독과 강풀 작가가 비하인드 코멘터리를 공개했다. 

지난 4일 서늘한 분위기 속 충격적인 반전 엔딩을 선사한 '조명가게' 1~4회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유일하게 빛을 밝히는 가게'인 '조명가게'의 신비로운 설정과 미스터리하게 얽혀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긴장과 몰입을 유도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다각도의 해석과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1. 1회 -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만든 반전 엔딩...'지영'의 공포스러운 비밀부터 겁먹은 '현민'까지

[1회 시나리오 中]

수건을 건넨 여자의 손바닥이 욕실 불빛에 드러난다. 손톱이 손가락 안쪽에 붙어있다. 젖은 수건을 건네 받은 현민의 손이 덜덜 떨린다. 여자가 물끄러미 현민을 쳐다본다. 현민이 얼어붙은 채 서있고 여자가 여행용 캐리어를 바닥에 눕힌다. 여자의 밋밋한 손끝이 캐리어 지퍼를 천천히 연다. 어둠 속에서 지퍼 열리는 소리가 울린다. 지이이이이익. 대형 캐리어가 열리면 중형 캐리어가 하나 더 들어있다. 중형 캐리어를 꺼내 또 다시 지퍼를 연다. 지이이이이익. 캐리어 두 개를 다 펼치면 빈 캐리어들이다. 여자가 두 개의 캐리어를 펼쳐놓고 현민의 몸 크기를 눈대중한다. 현민의 표정이 아득해진다.

Q. 마침내 '지영'의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어떤 긴장감이 시나리오 내에 녹아들길 원하셨는지 궁금하다. 또는 '지영'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을 쓰며 있었던 비하인드가 있다면 궁금하다.

강풀 작가 : '현민'은 '지영'을 자신의 아파트에 끌어들인다. '지영'은 '현민'의 집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현관문을 막아선 채 비로소 손톱의 정체를 드러낸다. 밀폐된 공간에서 도망칠 수도 없는 '현민'이 맞닥뜨린 공포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시나리오 초고에서 '지영'의 캐리어는 원래 두 개였다. 캐리어 속에 또 하나의 캐리어가 들어있는 걸 보여주고, '지영'이 '현민'의 몸크기를 눈대중하는 것으로 '그를 캐리어에 담으려는 거구나'하는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것이었습다. 감독님이 캐리어를 하나로 하자는 의견을 주셨고 오랫동안 함께 논의했다. 캐리어 두 개는 일단 배우의 동선이 자유롭지 않았고 지나친 상상의 여지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성인 남자가 담길 만한 대형 캐리어 하나로 협의했다. 감독님의 선택이 옳았다. 촬영된 영상을 보니 심플하면서도 오히려 공포적인 효과가 충분히 살아있었다.

Q. 장면을 연출하면서 '현민'이 느끼는 긴장감 & 공포를 시청자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 같다. 강풀 작가의 시나리오 속 묘사를 살리면서도 연출적으로 새롭게 고려한 사항이 있으실까?

김희원 감독 : 과하지 않은 행동과 소리로 긴장감을 주고 싶었다. 또 '지영'과 '현민'의 눈빛을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면에 인물이 꽉 차 있거나 허전하게 덩그러니 있는 모습 위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회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장면을 연출했다.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2. 2회 - 집안의 이상함이 무엇인지 깨닫는 '선해'...자꾸 나가는 전구, 굳게 잠긴 방, 어둠 속 낯선 존재의 공포


[2회 시나리오 中]

선해가 벽거울을 곁눈질하며 뒤로 천천히 물러선다. 한 발 두 발 뒷걸음치는 선해의 랜턴 쥔 손이 떨린다. 세 발 네 발 다섯 발 뒤로 물러서는 선해의 랜턴 불빛이 벽거울에 반사된다. 벽거울에 안방이 비스듬히 비춰진다. 벽거울에 비치는 안방 속의 어두운 형체. 선해가 얼어붙는다. 어두운 안방의 구석에 여자가 뒤돌아 서있다.

선해: 그때 알았다.

방구석에 우두커니 서있는 여자는 머리가 길고 키가 크다.

선해: 집안의 불이 자꾸 꺼지던 이유는...

머리 긴 여자가 서서히 돌아선다 여자의 얼굴이 보이려는 순간. 선해의 손에 쥔 랜턴 전구마저 꺼진다. 완전한 암흑이 된다.

선해: 그것이 어둠 속에 숨기 위함이었다.

Q. 계속해서 집안의 이상함을 느끼는 '선해'이지만 그동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중 직접적으로 '그 이상함'과 마주하고자 하는 대목인데 '선해'가 '그것'과 대면하고 존재를 알게 된 순간에 어떤 공포, 긴장감이 전달되길 바라셨을까.

강풀 작가 : '선해'는 처음에 새로 이사 온 집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다. 집은 중환자 병동에 누워있는 '선해'의 무의식과 관련이 있다. 모든 생활용품(그릇, 수저, 베개, 칫솔, 2인용 식탁)들은 두 개씩이고 도어록은 현관문 안쪽에 걸려있다. 집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인은 누군가에게 엉뚱한 소리를 하고 "방이 두 개니까 하나씩 써"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낯선 존재는 처음부터 '선해'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 안의 전구는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고 문이 잠겨 있는 방의 전구만 불이 켜진다. 낯선 존재는 '선해' 앞에 나서지 못하고 전구가 깜빡이는 작은 방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선해'가 낯선 존재를 맞닥뜨리면서 무의식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공포로 표현하고 싶었다. '선해'와 낯선 존재의 관계는 5회에서 밝혀진다. 낯선 존재의 공포는 후에 슬픔과 연민으로 바뀔 것이다. 

Q.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선해'의 공포에 질린 표정들이 배우 김민하를 통해서 잘 느껴졌던 장면이라 많은 시청자들을 긴장케 했다. 하나 둘 방의 전구가 나가고, 배우 김선화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이후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 치는 장면들이 순차적으로 그려지며 긴장을 쌓아간 것 같다. 이 장면에서 가장 연출적으로 고심하셨던 부분이 있으실까?

김희원 감독 : 2회에서 '선해'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에서 서서히 공포를 느낀다. 일부러 느끼고 있지 않다가 마지막에 모든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왜 저 집에 있어. 빨리 나가든가 뭐든 해야지', 이런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공포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주 천천히 되도록 평범하게 진행했다.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3. 4회 – 화제의 중환자 병동 롱테이크씬


[4회 시나리오 中]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원철의 귀에 끼워진 이어폰에서 노랫소리가 새어나온다.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노랫소리가 옆의 B2 베드까지 이어진다. B2 베드 아래 신상 나이키조던 농구화가 곱게 놓여있다. B2 베드의 중환자. 왼쪽 다리에 철제 지지대와 깁스를 감은 환자 지웅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노래가 은은하게 이어지며 현실세계가 펼쳐진다. 흐르는 노랫소리와 함께 눈부시게 밝은 중환자병동의 전경이 펼쳐진다. 카메라, 병동에서 멀어지며 층 건물 밖으로 아웃된다.

Q. 롱테이크 장면은 1~4회 공개 후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영상화 된 이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강풀 작가 : 원작에서는 이 장면이 후반부에 공개된다. 극본 작업을 하면서 이런 반전의 장면을 이야기의 딱 절반에 해당하는 시점에 공개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모호한 이야기의 비밀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조명가게'는 4회가 끝난 시점에 비로소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조다. 서사의 교차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 씬을 과감하게 롱테이크로 연출한 감독님의 연출력에 누구보다 감탄했다. 개인적으로 전반부를 통틀어 가장 뜨겁고 짜릿한 씬이었다. 

Q. 해당 장면을 롱테이크 촬영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연출적으로 고안한 점이 있을 까. 더불어 4회 공개 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셨는지도 궁금하다.

김희원 감독 :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의지가 중요하냐'는 말이 저한테는 참 크게 다가왔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보는 관점에서나 의식이 없지, 저들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느끼고 살아가는 중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우리가 보는 시점에서 잠에 들어있는 듯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이질적이고 충격적으로 보는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편안하고 변화가 없는 촬영을 하고 싶어서 롱테이크를 선택했다.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4. 4회 - 모두의 눈가를 적신 '유희' & '현주' 모녀의 반전

혼란스러운 하루를 지낸 현주가 엄마에게 와서 안긴다. 엄마가 아무 말없이 딸을 포근하게 안아준다. 현주가 엄마 품에 안겨 무섭고 힘들었던 마음을 진정시킨다. 엄마가 아무 말없이 현주를 토닥여준다. 현주가 엄마를 더욱 꼭 끌어안는다. 어두운 거실에 한 덩어리로 끌어안고 있는 모녀의 모습이 왠지 애처롭다.

현주: 엄마 왜 말을 안 해. (폭 안긴 엄마한테) 좋은 냄새 나. 꽃 냄새

말없이 현주를 끌어안은 엄마의 웃는 입매가 쓸쓸하다

Q. 엄마 '유희'의 캐릭터 설정에 대한 부분이 궁금하다. 염을 했기 때문에 입안에 솜이 있어서 말을 할 수 없는 엄마 '유희'의 설정은 어떻게 떠올리게 되신 걸까.

강풀 작가 : '현주'의 엄마 '유희'는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는 어딘가 이상한 낯선 사람'이다. '유희'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를 하며 염습을 할 때 고인의 입과 귀에 솜을 넣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희'는 '현주'에게 자꾸 '조명가게'에 가서 전구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다. '현주'는 그런 엄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 못해야 했다. 이미 죽은 엄마의 입 안에 솜이 가득차서 딸에게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더불어 '유희'의 입 안에 가득 찬 솜은 마지막회의 가장 중요한 감정적인 장면과 연결된다.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조명가게'. 사진=디즈니+

Q. 4회의 첫 장면 & 끝 장면은 완벽히 반전 엔딩으로 모두를 소름돋게 했다. 특히 지금껏 무서움을 느꼈던 시청자들도 '뭉클하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같은 어둠이지만, '지영'과 '현민' & '선해'와 '혜원', 다른 따뜻한 어둠이 느껴지는 '유희'와 ‘현주’의 공간. 해당 장면을 촬영하실 때 연출적으로 고심하셨던 부분이 있으실지 궁금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이 중환자 병동에 누워있는 장면, "서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라며 이들을 지켜보며 또 다른 긴장감을 선사하는 '지영'의 모습까지 4회 말미에는 5~6회를 궁금하게 하는 반전들이 가득 담겨 있다. 공개될 5~6회에 대한 시청팁을 주신다면? 

김희원 감독 : 5회의 힌트가 담겨있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둠 속에서 만난다는 것이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느낌도 나야 하기에 그림자를 살려서 이들이 공간에 갇혀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조명가게'​는 11일 5, 6회가 공개된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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