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가지 호르몬은 월경주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체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월경 이후부터 배란 전까지는 에스트로겐이 상승하고 배란 이후부터 월경 시작 전까지는 프로게스테론이 높아진다. 먼저 에스트로겐은 심박수, 호흡, 소화 등을 조절해 몸속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율신경계에 관여한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의 상태를 인지해 맥박이나 혈압 등을 높이는 교감신경과 안정화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이 둘은 시소처럼 작용하며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에스트로겐은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며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어 수면에 악영향을 끼친다. 반면 프로게스테론은 체온을 올려 잠을 방해한다. “우리 몸은 낮엔 체온이 올라가고 밤이 되면 떨어집니다. 숙면을 위해선 뇌, 심장, 간을 포함하는 몸의 중심 온도 즉, 심부 온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프로게스테론이 높으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깊게 잠들 수 없죠.”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신경과 전문의 한진규의 설명.
이렇게 여성호르몬은 그 수치가 일정하지 않고 월경주기뿐 아니라 임신과 완경으로도 변화한다. 그리고 수면 리듬을 흔들기 때문에 여성의 수면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호르몬의 변화는 임의로 교정할 수 없는 법. 한진규는 반신욕이나 빛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미호 다카오 역시 좀 더 몸을 움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전문가가 제안하는 숙면을 돕는 6가지 방법
1. 체온 내리기
앞서 설명했듯 체온이 떨어져야 쉽게 잠들 수 있다.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수면장애가 생겼을 때, 이를 완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반신욕과 족욕입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땀을 배출하고 평균 2시간이 지나면 체온이 떨어져요.” 한진규가 제안하는 방법. 미호 다카오는 체온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더 많이 몸을 움직일 것을 권한다. “‘낮 시간 동안은 활발하게, 저녁 시간은 차분하게’ 리듬과 강약 조절이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 실내에 앉아서 일한다면 사무실과 떨어진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건 어떨까요? 낮에 많이 움직일수록 밤에 더 효과적으로 체온이 내려가 숙면할 수 있습니다.”
2.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향과 음악
아로마와 음악이 수면의 질을 높인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라벤더, 캐모마일, 베르가모트, 제라늄, 히노키 등의 식물은 진정 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자율신경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잔잔한 비트의 음악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특정 향과 음악이 존재하진 않는다. 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함을 느낀다면 무엇이든 괜찮다.
3. 수면을 방해하는 코골이 개선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완경 이후에는 근육의 긴장이 느슨해진다. 혀 뿌리 근육의 힘이 떨어지면 기도가 쉽게 좁아져 코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자면서 코를 골면 기도협착이나 무호흡증후군이 발생해 숙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교정이 필요하다. 코골이 방지 테이프나 각도 조절 베개를 사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면 클리닉에서 제안하는 양압호흡기, 교정기처럼 치아에 끼우는 장치, 기도를 넓히는 수술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4. 부족한 잠은 늦잠보다 낮잠으로
미호 다카오는 부족한 수면을 채울 수 있다면 주말에 몰아서 자도 괜찮다는 의견. 다만 늦잠보다는 낮잠을 권하며 기상 시간은 평소와 똑같이 유지하라고 말한다. 이는 시신경에 맞닿아 있는 생체시계가 아침 태양광을 맞아야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기상 후 16시간 뒤에 잠드는 24시간 주기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생체시계가 제대로 움직여야 수면의 질을 높이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된다. 낮잠은 각성도가 낮아지는 11시부터 4시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 이후에는 각성도가 높아져서 야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5. 잠을 부르는 성분, 가바
아미노산의 일종인 가바(GABA)는 뇌에 진정효과를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로 불안을 줄여 수면에 도움을 준다. 주로 건강기능식품이나 수면 보조제로 출시되며 내성과 의존성이 거의 없어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안전하다. 마음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갱년기 이후에 복용하면 특히 효과적이다.
6. 최후의 방법, 수면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면제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미호 다카오는 수면제 복용이 꼭 몸에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면제를 복용해 수면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면 결과적으로 더 이롭다는 것이 그의 의견. 반면 한진규는 수면제 복용에 신중하라는 쪽. “의존성이 낮은 수면제라 하더라도 먹는 행위에 중독될 수 있어요. 2주 이내로 사용해야 만성화되지 않습니다.” 수면장애가 심하다면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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