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2세·3세이자 모녀 지간인 박수남 감독과 박마의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일본 전역에서 전쟁의 상흔을 입거나 차별을 당해온 재일한국인 피해자들을 기록해왔다. 〈또 하나의 히로시마〉,〈아리랑의 노래〉에서는 히로시마 원폭과 오키나와 전투 피해자를, 〈침묵〉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았다. 작가로 활동하던 박수남 감독은 생생히 기억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0대 시절부터 카메라를 든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작업을 함께해온 딸 박마의 감독은 시력을 잃고 연로해진 엄마의 창고에서 10만 피트, 50시간, 약 30km 분량에 달하는 필름을 발견한다. 일제강점기 제암리학살사건 생존자, 군함도 탄광에서 강제노역한 피해자까지. 카메라는 곧 자신이라고 말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딸은, 방대한 필름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존재를 역사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깨달은 엄마를 점점 닮아간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한 뒤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진실을 담기 위해 일생을 건 모녀의 여정에서,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목소리를 듣는다. 빛보다 멀리 나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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