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순애보 설정…웹소설·웹툰·드라마 함께 인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내 아내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마십시오."
이 대사는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남자 주인공 백사언의 입에서 나온다.
웹소설 원작인 만큼 설정도, 대사도, 서사 전개도 어딘가 오글거리지만,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인기를 끌면서 원작 웹소설, 동시 제작한 웹툰까지 함께 상승세다.
11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 '지금 거신 전화는' 매출이 드라마 방영 후 14.6배 증가했다. 조회 수도 5.0배 늘었다.
이는 지난달 22일 드라마 방영 시작 전 14일(11월 8∼21일)과 방영 후 14일(11월 22일∼12월 5일)의 수치를 비교한 것이다.
드라마와 동시 제작돼 먼저 연재를 시작한 동명 웹툰의 매출과 조회 수는 각각 6.9배, 3.6배 늘었다.
드라마가 흥행하면 원작 웹소설로 인기가 옮겨붙는 것은 '선재 업고 튀어', '재벌집 막내아들' 등이 인기를 끌던 때도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안 관련 뉴스 특보로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5·6화가 결방되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과 원작에 대한 궁금증으로 웹소설과 웹툰을 '정주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라마 흥행 성적도 좋다.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TV쇼 2위를 차지했고, 660만 시청 수(전체 시청 시간을 작품 상영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인기 요인으로는 웹소설의 유치하면서도 빠져드는 맛을 잘 살렸다는 점이 꼽힌다.
원작에 없던 캐릭터를 늘리고, 선정성은 다소 낮췄지만, 여전히 원작 서사와 대사를 많이 살렸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대통령실 대변인이자 매일 칼로 잰 듯 딱 맞춘 정장만 입고 다니는 완벽한 남자 백사언, 재벌가에서 구박만 받다가 선택적 함묵증에 걸려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여자 홍희주가 주인공이다.
둘은 집안의 필요로 정략결혼을 했지만, 부부로 살면서 3년 동안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이 때문에 희주는 사언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협박 전화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그의 진심을 알아채게 된다. 사실 사언은 어릴 적부터 희주를 지켜보며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해왔다는 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어릴 적부터 지켜온 순애보, 정략결혼, 능력 있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 같은 클리셰 설정에 시청자들은 호응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여성 직장인 김모(35) 씨는 "우리 모두 '꽃보다 남자'를 보며 자랐고, 이런 드라마는 언제나 통한다"며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도 좋지만, 가끔은 건강식 말고 떡볶이를 먹고 싶은 법"이라고 말했다.
주부 박모(61) 씨는 "주말 밤에 너무 골치 아픈 드라마보다는 편하게, 즐겁게 보는 드라마가 좋다"며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드라마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총 12부작으로 기획됐으며 현재 극초반에 해당하는 4회까지 공개됐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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