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남자가 경의롭게 옥주현의 무대를 지켜보더라. 그룹 핑클의 오랜 팬인가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뮤지컬 ‘마타하리’ 작곡가였다…’
인기 유튜브 채널에 제보된, 세계적인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극장 목격설’을 요약한 것이다. (출처: 비보티비 '※미담 폭로※ 노래 잘하는 돈 많고 언니 같은 동생 옥주현이랑 한 차로 가’)
실제로 와일드혼은 기회가 될 때마다 배우 옥주현의 실력을 찬미해왔다. 지난 5일,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마타하리’는 “옥주현이 영감이 돼”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해오기도 했다. “옥주현이 부른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잊지 못합니다. 뉴욕 브로드웨이 동료들과 이 곡을 듣고 있었는데, 모두가 말을 멈췄죠. 다들 ‘누가 불렀냐’고 묻더군요. 전, 그녀를 위한 곡을 쓰고 싶었어요.”
그렇게 영감을 받아서였을까? 마침 EMK 뮤지컬컴퍼니의 김지원 부대표와 새로운 공연을 만들게 되면서 ‘여성에 대한 공연’을 써보기로 했다. “‘여성 중심의 소리’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2016년 초연된 그 이름 ‘마타하리’다. 옥주현은 1차세계대전 중 이중스파이로 살아야 했던 마타하리의 취약하고도 강인한 얼굴을 온몸으로 소화한다.
위 영상과 일화로 프랭크 와일드혼을 접했다면, 그는 아마 ‘옥주현 덕후’ 즈음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작곡가로서 그의 커리어는 놀라운 것이다. 조승우 등이 부른 ‘지금 이 순간’(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그는, 토니상, 에미상에 모두 노미네이트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 중 한 명. 나아가 2022년에는 빈 심포니의 곡을 작업하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공고한 벽을 허물었다.
아시아권에서 유독 사랑받는 그는, 이번 연말·연초 한국에서만 총 네 편의 공연을 한다. 그 시작으로 ‘마타하리’의 네 번째 시즌이 문을 연 지난 5일. 프랭크 와일드혼을 옥주현과의 합동 인터뷰로 만났다. 다음 공연의 개막 일정으로 촉박하게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는 떠나면서까지도 옥주현에 대한 사랑을 다급하게 표현했다. “제가 ‘마타하리’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요? 그 이유는 바로 제 옆(옥주현)에 앉아있습니다.”
'인물' 위해 곡 쓰는 걸 잊지 않아 성공,
옥주현은 휘트니 휴스턴처럼 영감 줘
Q. 여러 인터뷰에서 ‘옥주현을 위해 노래를 써주고 싶었다’라고 말해오셨죠?
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싱어들과 함께 일해 왔어요. 휘트니 휴스턴, 나탈리 콜, 줄리 앤드류스, 라이자 미넬리, 린다 에널…. 이 모든 아티스트들이 내게 영감을 줬죠. 그들처럼, 옥주현의 목소리도 제게 영감을 준 겁니다.
저는 공연 음악이 아니라 팝을 배경으로 합니다. 어떤 작곡을 해야 하는지 학생 같은 마음으로 작업해왔죠. 그런 내가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언제나 ‘인물’을 위해 작곡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마타하리’를 통해 ‘여성 중심의 이야기와 소리’를 만들고자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시도를 하게 됐고, 그 소리는 옥주현을 통해 어떻게 구현됐나요?
세상은 언제나 변해왔습니다. 그리고 무대는 변화하는 세상을 반영해야 합니다. (‘마타하리’를 만들 당시에는) 강한 여성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헬로 돌리’ 등등이 있었지만 많지 않았죠. 말했듯이 저는 대단한 여성 가수들과 작업해왔습니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굉장히 파워풀해요. 옥주현은 배우인데 마침 싱어였던 거죠. 옥주현은 마치 재즈 색소폰처럼 목소리를 사용해요. 악기를 연주하듯,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력하게 열정을 실어 노래합니다.
‘팝 가이’ 멸칭으로 불리던 남자,
전 세계 40여 개국 뮤지컬 공연,
미국인 최초 빈 심포니 작곡까지
“음악과 사랑은 경계가 없다”
'팝에 음악적 배경이 있다’는 그의 말은 말 그대로다. 대표적으로, 그는 휘트니 휴스턴의 ‘Where Do Broken Hearts Go’(1986)를 작곡했다. 빌보드 핫100 1위에 2주간 오른 곡이다. 그래서일까? 공연 음악계로 향했을 때 그는 이런 수식어를 들어야 했다. ‘팝 가이’(Pop guy)라는. 한 인터뷰에서 이 기억을 꺼내며 그는 ‘좋은 표현은 아니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공연 음악의 세계에서 팝 음악을 구분 짓는 멸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공연을 올린다. 언급했듯 빈 심포니와도 협업 중이다. 경계를 넘어서는 ‘좋은 음악의 힘’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Q. 당신은 국경과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을 들려줍니다. 언어의 차이가 음악을 구현하는 데 어떤 차이를 줄까요? 또, 최근에는 심포니 음악까지 들려주고 있는데,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작업할 때 차이가 있다면요.
(웃는다) 이 질문에 대해서만 1시간 동안 대답할 수 있겠네요. 음악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경계가 없습니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40여 개의 공연을 내보내고 있죠. 모든 문화, 모든 언어는 서로 다 다릅니다. 그래서 작품을 번역해 주는 분들을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공연함에 있어 진심으로, 또 열정적으로 임한다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옥주현 씨의 경우, 어떤 언어로 불러도 대단할 겁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해보죠. 요새 이 질문을 엄청 받고 있어 즐겁습니다. 2년 전, 저는 가장 뛰어난 심포니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빈 심포니에서 데뷔한 첫 번째 미국인 작곡가가 됐습니다. 당시 공연이 잘 돼서 두 번째 심포니를 작곡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오는 1월 빈에서 녹음하게 돼요. 전 1970년대에 재즈, R&B를 독학으로 공부한 사람입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대단한 일이죠.
Q. 이번 연말·연초, 한국에서는 당신의 공연만 네 개가 오릅니다.
정말 크레이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냥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에요. 이게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합니다. 스타들이 연말연초에 줄을 서서 공연할 수 있게 된 거니까요. (웃음) ‘시라노’는 20주년을 맞았고, ‘마타하리’, 그리고 ‘웃는 남자’, ‘지킬 앤 하이드’. 이렇게 연달아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음에 감사드려요. 행운인 거죠.
그는 “20년 전 ‘지킬 앤 하이드’(2004)로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이곳의 음악적 재능을 지닌 분들에 대해 언제나 놀라워해왔다”라고 했다. “한국이란 국가 규모 안에서 음악적 재능을 가진 분들의 수가 정말 많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일상에서 많이 마주하다 보니, (실력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옥주현, 김준수, 홍광호 배우… 모두 국제적인 수준의 음악 능력을 지닌 분들입니다. 전 뉴욕과 런던. 또 전 세계의 뛰어난 친구들을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분들을 위해 음악을 쓰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끝으로, 그는 '영혼이 담긴 음악'의 중요성, 그리고 ‘기승전 옥주현’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심포니든 뮤지컬이든 팝이든. 어떤 공연이나 무대를 작업하든, 작곡에 영혼을 담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옥주현 씨는 정말 아름답게 이 음악을 ‘연주’합니다. 때로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다 대변할 때도 있죠. 옥주현은... 제 음악의 ‘베스트 프렌드’입니다.”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