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나온 정열은 코트를 벗어 재희에게 입혔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에 두사람은 동시에 속으로 놀랐다.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춥겠다. 괜히 나 때문에.”
“하나도 안 추워! 오늘은 그래도 따뜻한 편인데.”
재희는 끼고 있던 벙어리 장갑을 정열에게 벗어 주었다.
“이거라도 끼어.”
“고마워.”
재희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아 따뜻하고 너무 행복했다. 이대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어디로 갈까?”
“어디 가고 싶어?”
“나 스케이트 타고 싶어. 롤러스케이트!”
재희는 눈을 반짝이며 정열에게 말했다. 순간 정열은 작년에 보았던 러브스토리 영화가 스쳐 지나갔다. 명문가의 상속자인 하버드 대학교 학생인 올리버가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 출신인 제니와 도서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지만 제니의 백혈병으로 두 사람이 헤어지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였다. 눈이 쌓인 마당에서 사랑하는 장면이 참 보기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롤러 스케이트장으로 가서 스케이트 신발을 빌려 신는데 마침 러브스토리 음악이 울려 퍼졌다.
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how great a love can be.
The sweet love story that is older than the sea.
The simple truth about the love she brings to me.
Where do I start?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사랑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바다보다도 더 오래된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녀가 내게 보여준 사랑에 대한 진리를.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She came into my life and made the living fine.
She fills my heart.
She fills my heart with very special things.
With angels' songs, with wild imaginings.
그녀는 나에게 와 멋진 인생을 만들어 주었지.
내 마음을 채워주었지
그녀는 특별한 것들로 내 마음을 온통 가득히 채워주었네.
천사의 노래와 즐거운 생각들로.
즐거워하는 재희를 보며 덩달아 정열은 마냥 행복했다. 러브스토리 OST인 Snow Floric이 스케이트장 실내를 가득 채우면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케이트를 탔다.
“배고프지 않아?”
“조금만 더 타고, 난 지금이 너무 좋아.”
무리하는 게 아닌지 걱정도 되었지만 재희가 좋아하니 말릴 수가 없었다. 숨을 몰아쉬며 재희가 그만 타자고 한다.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었는데 재희가 한사코 말려서 남포동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류장으로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저 멀리 버스가 보인다.
“이제 들어가, 추워.”
“…”
“나 이제 간다.”
“…”
버스에 오른 재희에게 또 만나자는 약속도 못하고 제대로 인사조차도 못했다. 허전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오는데 청하 누나가 전화를 했다.
“데이트 잘 했어?”
“…”
“왜 그래? 안 좋았어?”
“그게 아니고…”
“그럼?”
“또 만나자고 약속도 못하고 헤어졌어. 바보처럼.”
“호호호. 아이고, 우리 왕자님이 사랑에 빠졌네. 그 친구가 그렇게 좋아.”
“…”
“곧 만나게 될 거야. 두 사람이 인연이 되려면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게 돼 있어. 걱정 말고 오늘은 푹 자. 알았지?”
“응. 누나도.”
“참, 엄마가 이틀 후에 내려간다고 뭘 가지고 싶은지 물으셔. 뭐 갖고 싶어?”
“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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