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3일. 이날은 올해 들어 첫 송년회가 있던 날이었다. 첫 직장의 입사 동기들과 20주년을 자축하며 오랜만에 즐겁게 지냈다. 오후 10시쯤 모임이 파했고, 필자는 입시를 마치고 친구들과 자유를 만끽 중인 딸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다. 잔잔한 캐럴과 함께.
신호 대기 중이었다. 10시30분이 좀 지난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 동료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이 담긴 TV 화면의 캡처였다. 아무리 가짜 뉴스가 판친다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농담이라도 이런 장난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런 캡처가 잘못 퍼져나가면 자칫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일이 현실로 확인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SNS 메시지는 난리가 났다. 머리가 띵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자동차 페달을 밟고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통행금지가 되려나. 주변에 군인들이 깔리고 있나. 이대로 국회로 달려야 하나’ 등등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태워다주겠다 약속한 딸과 친구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약속대로 아이들을 차에 태우니 이 친구들도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6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비상계엄 선포’는 해제됐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이 6시간의 경제적 영향은 어떨까.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암호화폐 시장과 외환 시장이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실시간으로 큰 충격을 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 상황은 글로벌 투자 심리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계엄 해제 이후 회복되긴 했지만, 비트코인은 계엄령 선포 직후 패닉셀과 함께 가격이 무려 30%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외환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1천390원과 1천400원 사이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1천44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천410원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는 듯했지만 주말이 지나면서 다시 치솟아 1천430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도 난리다.
계엄 선포 후 주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을 떠난 외국인 투자 규모는 7천억원에 달하고 코스피 시총도 2천조원 밑으로 추락했다. 우리나라 외화 상황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초래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외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외환 당국의 시장개입이 확대되면서 외화 보유액 감소와 위기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4천541억 달러였던 외화 보유액은 현재 4천100억 달러 수준이다.
그날 이후 4거래일 만에 우리 증시에서 날아간 시가총액이 대략 144조원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그간 쌓아 올린 K브랜드의 국제적 신뢰 하락이나 국가 신용도 추락 등과 같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비상계엄 선포라는 행위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비상계엄 선포가 그저 경고성이었다고 했다던데, 이 행위가 우리 국민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을 줄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려는 없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은 엄청난 파급력이 있다. 그러므로 그에 상응하는 신중한 검토와 고려가 있어야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잠을 설치는 요즘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절대로 재발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