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1988년 출간된 파울로 코엘료(77·브라질)의 세계적인 장편 소설 ‘연금술사’는 김태술(41)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감독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책 중 하나다. 최근 고양 소노 아레나 내 구단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김태술 감독은 “책을 3차례나 읽어봤다”며 “납을 금으로 만드는 사람인 연금술사가 계속 생각이 나더라. 저에게 오는 모든 힘든 상황이나 고통들은 납이라 생각하고 그걸 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 삶에 큰 깨달음을 줬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정상급 포인트 가드로 통했다. 2007년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 SK 나이츠에 입단한 그는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전주 KCC 이지스, 서울 삼성 썬더스, 원주 DB 프로미를 거쳐 2021년 은퇴했다. 2022년부터 농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엔 모교 연세대 농구부 코치를 맡았다.
◆9연패라는 최악의 상황
갑작스럽게 소노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이 현재 처한 상황은 ‘납’에 가깝다. 소노는 앞서 8일 서울 SK에 81-92로 패하면서 창단 후 최다인 9연패 수렁에 빠졌다. 김 감독은 초보 사령탑으로는 최초로 첫 6경기를 모두 패하는 굴욕도 맛봤다. KBL 현역 최고령 선수 함지훈(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과 1984년생 동갑내기인 김 감독은 파격 선임이라는 주목도 잠시, 최다 연패에 리그 9위(5승 11패·승률 31.3%)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소노는 지난달 10일 SK전(71-91 패)에서 김승기(52) 당시 팀 감독으로부터 젖은 수건으로 폭행 피해를 입었던 소속 선수 김민욱(34)이 9일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이 일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구단 측은 10일 학폭 의혹 일부를 인정한 김민욱에게 결국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김 감독은 “선수 땐 포인트 가드로서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패턴, 작전들을 소화해 경기 운영을 하면 됐는데 지금은 선수들의 성향 등까지 파악해 조립하고 해야 하더라. 전체를 봐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해설위원으로 농구를 볼 때와 감독으로서 농구를 보는 것 역시 확연히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해설위원 땐 경기장 내에서 일어나는 것만 보지만, 감독으로선 선수들의 심리 상태 등을 알고 보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그런 걸 알아야 선수 기용을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팀이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볼 핸들러 역할을 해 줄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가드 이정현(25)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가드 이재도(33) 밖에 없다. 나머지 선수들 중 (이)재도를 도와줄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슛을 잘 던지는 선수들만 모여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대팀은 재도한테 자석처럼 수비를 붙여서 공을 못 잡게 하는데 그럴 때 누가 드리블을 하며 작전도 내려주고 픽 앤 롤 플레이 등 공격을 풀어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6강 PO 향한 반등이 절실
KBL에서 팀이 반등하기 위해선 이정현의 복귀가 절실하다. 그는 올 시즌 프로농구 8경기에 나서 평균 18.9득점 4.5어시스트 2.5스틸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12월 중순이나 그 이후 복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들었지만 그것도 무릎 상태를 봐야 해서 확답을 드릴 순 없다. 통증이 있다가 없다가 한다고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정현을 두곤 “단점이 없는 게 강점이다. 기술적으론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 판은 제가 잘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며 “물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 선수들을 이용하는 능력을 갖추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프로농구 화두로 꼽히는 하드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적응을 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콜들이 지난 시즌과 다르게 불리고 있다. 특히 앞선에서 공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달라진 콜이 느껴지고 있다. 콜에 빨리 적응하고 더 나은 플레이를 하려 공부하는 게 현명한 자세다. 저 역시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왜 파울을 안 불어주느냐’ 등 그런 자세는 팀에 마이너스라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김태술표 농구는 ‘빠르고 정확한 농구’다. 원팀이 되는 게 중요한데 김 감독은 한참 어린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김 감독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물어봤을 때 답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소통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쓰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며 어린 선수들과 벽을 깨려 노력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새롭게 도전하는 걸 좋아하며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려 한다. 그는 “연패를 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6강 플레이오프(PO)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마무리는 웃으면서 하고 싶다”며 “처음에는 누구나 어려운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이 있다. 힘든 시간이지만 오히려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치고 나가겠다”고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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