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내란 사태에 이어 지난 주말은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소식으로 대한민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일부 연예인들과 방송영화계 인사들이 앞장서 힘을 보태거나 정부를 향한 신랄한 비판을 용기 있게 드러내고 있다.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하는 방식은 저마다 모두 다르지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일 테다. “나 또한 시민이기에 행동하고 참여한다”라는 것. 반면에 아무런 의견 표명을 하지 않거나, 시국 분위기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인 연예인들에게 일부 누리꾼들이 도 넘은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한때 “왜 목소리를 내야 하냐 정치인도 아닌데”라는 임영웅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 인스타그램 메시지(DM)가 공개되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적 입장은 사람마다 다르고,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 다른 건 맞다. 또한 연예인은 이미지와 계약 등이 얽힌 복잡한 관계에서 자신의 의사를 무턱대고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같은 어려움과 한계를 알기에 한 명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행동하는 이들의 용기가 귀하고 그래서 더욱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행동하기로 한 굳은 결심은 공인으로서의 영향력을 사회가 더 나은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 목소리를 세 가지의 유형으로 정리해보았다.
몸부터 나가는 행동파!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하거나 촛불행동과 같은 관련 시민 단체에 지원 사격을 펼치는, 가장 적극적 액션을 보여주는 연예인들이 있었다.
{ 고아성 }
사진/ 고아성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 출연한 고아성은 인스타그램에 여의도로 향하는 사진을 올리고 “한국이 싫어서 X·한국을 구해야 해서 O”라고 적었다.
{ 한예리 }
사진/ 한예리 인스타그램 캡처
9일 밤 인스타그램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탄핵 시민 촛불' 집회 사진을 올렸다. 아무런 말은 없었지만 참여를 인증했다고 볼 수 있는 이미지였다.
{ 남윤수 }
사진/ 남윤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진호은 인스타그램 캡처
집회 참여 인증 사진을 SNS에 올렸다. 아무런 설명 없이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남윤수와 함께 tvN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진호은 역시 비슷한 인증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이승환 }
사진/ 이승환 인스타그램 캡처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이 무산된 이후 인스타그램에 "탄핵을 원하는, 80% 가까운 민주시민들의 뜻을 단박에 저버릴 수 있는 자신들의 권능이 자랑스럽고 뿌듯하시죠"라는 말로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촛불행동에 1213만원을 공개 기부했다.
사진/ 이엘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신소율 인스타그램 캡처
외에도 배우 이엘, 옥자연, 이주영, 신소율 등 많은 연예인이 연달아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시위는 여자 연예인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2030 여성층의 참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화제가 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뜻한 안부파!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에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추운 날 집회에 참여하는 팬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연예인도 다수 있었다. 팬들만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안전감 때문인지 공개된 SNS에서 꺼내기 어려운 답답한 심정을 토해내듯 표현하거나 응원과 용기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동욱 }
사진/ 이동욱 버블 캡처
팬 소통 플랫폼 ‘버블’에 밴드 스콜피언스의 노래 ‘Wind of Change’(변화의 바람)’ 가사 일부를 공유하며 “봄은 반드시 온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리고는 “힘냅시다, 추운데 따뜻하게 나가고”라며 집회에 참석하는 이를 격려하기도 했다.
{ 정세운 }
사진/ 정세운 팬카페 캡처
8일 공식 팬카페에 핫팩 기프티콘 100장을 선물하며 “모두 감기 걸리지 마. 행봉(정세운 응원봉) 들고 흔드는 손이 언제 어디서든 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 오진석 }
사진/ 오진석 X 캡처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여의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너무 고생했고, 감기 들면 안 되니까 따뜻한 음료라도 마시면서 들어가고 푹 쉬어. 적지만 내 마음"이라며 편의점 모바일 기프티콘(각 2000원) 20장을 올리기도 했다.
확실한 의견 표명파!
영화인 2500여명은 지난 7일, 탄핵소추안 의결 직전 윤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영화감독 봉준호, 배우 문소리, 영화감독 겸 배우인 조현철, 고민시 등이 참여했다.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 구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에서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다. 신속하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영화인 긴급 2차 성명은 이번주 중인 13일에 후속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성명엔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부는 개인 인스타그램에서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 변영주 감독 인스타그램 캡처
변영주 감독은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22학번의 성명문을 게재했다. 이어 배우 고현정이 해당 게시물에 작은 불꽃 모양 이모티콘으로 뜻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드러내자 한 번 더 큰 화제가 되었다.
{ 고민시 }
사진/ 고민시 인스타그램 캡처
성명에 참여한 고민시는 인스타그램에 7일 집회 시작 시각인 ‘3시’와 함께 촛불 이모티콘을 붙여 자신의 스토리에 올렸다. 고민시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이 달리자 이를 막기 위해 ‘선플’을 달러 가는 네티즌들도 더러 있었다.
{ 이승윤 }
윤석열 대통령의 브리핑 이후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기로 유명한 가수 이승윤 역시 입을 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는 "가만히 살다가 계엄을 때려 맞은 일개 시민의 한 명으로서 듣기에 거북하기 그지없다"며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 송건희 }
"계엄 선포 이후 후속 뉴스를 뒤늦게 접했는데,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남긴다"며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2024년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하면서 믿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 이채연 }
사진/ 이채연 플랫폼 캡처
아이즈원 출신 가수 이채연은 팬 소통 플랫폼 프롬에 “정치 얘기할 위치가 아니라고? 정치 얘기할 수 있는 위치는 어떤 위치인데...?”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알아서 할게. 언급도 내가 알아서 할게.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거지. 걱정은 정말 고마워.” 그리고는 “우리 더 나은 세상에서 살자. 그런 세상에서 맘껏 사랑하자”라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