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올 하반기 편의점 업계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을 둘러싼 GS25와 CU의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요리 서바이벌의 새 장을 열었다. 파격적인 미션과 요리에 진심인 프로 셰프들의 전쟁 같은 키친을 담으며 반전 드라마의 향연을 펼쳤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흑백요리사’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미치자 각 편의점은 관련 상품 개발에 속도를 냈다. 특히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 셰프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편의점들은 이들과 협력해 OTT의 큰 인기를 오프라인까지 확장했다.
BGF리테일 편의점 CU는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실제 방송에서 선보인 디저트를 출시하며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이에 GS리테일 편의점 GS25는 넷플릭스와의 컬래버를 통해 ‘흑백요리사’ 관련 판권을 확보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양측의 전략적 대결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며 양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CU, 밤 티라미수 디저트로 매출 고공행진
CU는 ‘흑백요리사’ 최종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업을 통해 그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밤 티라미수 컵'을 출시했다.
이는 ‘흑백요리사’에서 편의점 재료로 만든 요리 미션 중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제품이다. BGF리테일이 제작지원한 편의점 재료 경연에서 1위를 한 만큼 해당 메뉴는 실제로 출시된 후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밤 티라미수 컵’은 지난달 8일 출시 이후 11월 22일까지 누적 판매량 130만개를 돌파했다. 일 평균 2만8000여개, 1초당 30개 넘게 팔려나간 셈이다.
밤 티라미수 컵은 밤 생크림, 토피넛 라떼, 쿠키, 초콜릿 등 재료를 활용해 가을 제철 밤과 진한 크림치즈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디저트다.
CU 밤 티라미수컵은 앞서 총 9일 예약 판매 기간 동안 매일 1~2만개 수량이 평균 20분 만에 완판됐으며, 10월 16일엔 준비된 1만개 수량이 단 4분 만에 모두 팔려나가며 포켓CU 론칭 이후 최단 시간, 최다 수량의 판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밤 티라미수 인기에 힘입어 CU는 ‘연세우유 밤 티라미수 빵’도 선보였다. 해당 상품 역시 출시 3주차 만에 누적 70만개 가량 판매되며 밤 티라미수 컵 상품 인기를 잇고 있다.
CU의 밤 티라미수 디저트 2종은 한 달 여 만에 총 87억원 매출을 돌파하며 매출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맛밤, 밤만쥬 등 밤맛 관련 상품 매출 역시 방송이 공개된 10월 이후 약 36% 가량 뛰었다.
CU 관계자는 “권성준 셰프와 협업한 디저트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하반기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며 향후에도 인기 셰프 및 조리사와의 협업을 지속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CU는 밤맛 디저트 열풍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당 아이스크림 브랜드 라라스윗의 ‘밤 티라미수컵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견과류가 풍부하게 함유된 토피넛 시럽을 사용해 밤의 풍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코코아 파우더와 그래놀라를 추가해 고소함을 더하면서도 크림 대신 밤 아이스크림을 활용해 부드러운 밸런스를 유지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을 구현했다.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박혜리 MD는 “방송 공개 이후 밤맛 디저트 인기가 식지 않고 있어 겨울 시즌임에도 밤 티라미수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CU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춘 상품들을 적극 출시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GS25, 넷플릭스 시너지로 역대급 성과
GS25는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통해 ‘흑백요리사’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 디저트빵 4종을 출시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GS25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블랙마시멜로케이크 △화이크마시멜로케이크 △마롱티라미수 △클래식티라미수 등 디저트빵 4종은 11월 기준, 디저트빵류 매출 1~4위에 나란히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4종의 디저트빵은 11월 1일부터 17일까지, 매일 1억1800만원 상당 판매고를 올리며, 단 17일 만에 누적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 매년 4분기 디저트빵 분류 최고 매출을 올리는 동절기 디저트 대장격인 호빵까지 넘어선 역대급 성과다.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디저트빵은 ‘마시멜로케이크’ 2종이다. 요리사들을 '흑수저'와 '백수저'로 나눈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프로그램 방식을 차용해 GS25가 블랙과 화이트 콘셉트로 기획한 메뉴다.
브라우니 위에 바닐라맛 마시멜로를 얹고 다크 초콜릿(블랙)과 코코넛슈레드(화이트)를 겉면에 각각 코팅하는 방식으로 ‘흑백’ 콘셉트는 물론 차별화된 맛과 식감까지 완성도 있게 잘 구현해 낸 점 등이 최상위 매출을 끌어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플릭스 티라미수’ 2종 흥행에 힘입어 GS25의 '티라미수' 매출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11월 1일부터 17일 기준, GS25 전체 '티라미수' 메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배 규모로 크게 신장했다. ‘흑백요리사’에서 티라미수 메뉴가 화제가 되며 치솟은 구매 수요를 특유의 가성비 등을 앞세운 편의점이 빠르게 흡수하며 매출 특수를 누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GS25 티라미수 상품 가격은 3000원대 수준으로, 디저트 전문점 동일 메뉴 대비 2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GS25는 케이크 등 디저트가 매출 특수를 누리는 연말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4종의 넷플릭스 컬래버 상품 매출이 더욱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원필 GS25 디저트빵 MD는 “상품 품질은 물론 화제성까지 모두 갖춘 넷플릭스 컬래버 상품이 출시와 동시에 고공 매출을 기록하며 편의점 디저트 시장의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컬래버 상품을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대하는 등 메가 히트 상품 육성을 위한 협업 활동 또한 다양하게 추진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CU와 GS25 매출 격차 좁아질까
올해 상반기에는 GS25가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했으나, CU와의 매출 격차는 377억원에 불과했다. 하반기 들어 두 편의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흑백요리사’를 통한 신제품 출시와 관련 매출이 양사의 성패를 가를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CU는 ‘흑백요리사’ 디저트 성공에 힘입어 ‘급식대가’ 이미영 조리사와 협업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CU 관계자는 “우수한 요리사와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 상승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GS25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흑백요리사’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GS25 관계자는 “디저트뿐만 아니라 도시락, 간편식 등으로 협업 상품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며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흑백요리사’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경제적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콘텐츠와 편의점 상품의 결합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하반기 편의점 시장 지형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트렌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CU와 GS25의 차별화된 협업 전략은 양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하반기 승자는 상품 기획력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CU와 GS25의 대결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편의점 업계를 넘어 전체 유통업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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