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임계점에 다다른 수요와 과포화 상태로 치달은 경쟁 여건 등 시장의 과도한 성숙화로 사업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전업계가 ‘구독’ 서비스라는 활로를 찾으며 제 2막을 열었다.
LG전자가 ‘가전구독’ 서비스를 개시하며 ‘판매-구매’로 이어지는 일반적 형태를 다각화하는데 성공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최근 자사의 우수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경쟁구도 형성에 나섰다.
이미 2조원에 달하는 매출고를 올리는 LG전자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며 적용 범위를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노선을 설정했다. 특히 백색가전 부문의 명성과 다양한 서비스를 아우른 고객향 구독상품에서 호평을 얻으며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구독 서비스의 명칭에도 AI 키워드를 집어넣으며 미래 지향성을 담보한 제품 및 서비스로 공략에 나섰다. 여기에 ‘올인원 요금제’, ‘스마트 요금제’ 등 기존 구독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요금제 전략을 내세우며 LG전자와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가전 구독 효과 ‘톡톡’ LG전자, 상승세 이어간다
LG전자는 올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며 가전 구독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한 이후 품목 확대와 관리 및 제휴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며 구독 사업을 강화해 왔다. 이후 정수기 등 소형 가전에 적용했던 렌털 서비스를 2022년부터 대형 가전에 확대 적용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렌털 브랜드명을 ‘가전 구독’으로 변경해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에 LG전자 국내 가전 매출 가운데 구독 비중은 작년 15%에서 올해 20% 이상으로 성장했다.
LG전자가 가전 구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3년 7월 가전을 넘어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도약 비전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단순히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구독과 서비스, 콘텐츠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순환형 사업 모델을 구축에 나선 것이다.
당초 구독 서비스 시장성을 두고 렌털 서비스와의 차별화에 실패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가전 소비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끄는 데 성공하면서 차세대 가전 시장을 이끌 주요 사업부문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내부 분석에 따르면 가전 구독 모델은 수익성이 높아 내년 H&A 내 영업이익 기여도가 2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LG전자는 제품 확대와 관리, 제휴 서비스를 강화하며 구독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LG전자의 가전 구독 제품은 총 23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전 매출 가운데 구독 비중 역시 작년 15%에서 올해 20%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의 가전 구독 매출은 올해 누적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상품 라인업을 소형 가전에서 대형 가전으로 확장한 2022년 이후 2년 만에 거둔 실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 경쟁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구독 사업 확대를 실행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대만, 태국, 아시아 지역에서 구독 사업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격자’ 삼성전자, 승부수는 역시 ‘AI’
삼성전자가 이달 ‘AI 구독클럽’ 출시를 기점으로 가전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전 구독 키워드는 ‘AI 가전’으로, 삼성 AI 생태계 확산을 위해 유임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모델을 운영하고, 이 가운데 90% 이상은 AI 제품으로 구성했다.
AI 구독클럽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4월 처음으로 가전구독 시장 진출을 예고한 후 8개월여 만에 공식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의 AI 구독클럽은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의 AI 기능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기기 진단 결과, 사용 패턴 에너지 사용량 등의 정보를 월 1회 구독 고객에게 ‘월간 케어 리포트’로 제공한다. 조만간 엔지니어 방문 없이 원격으로 진단하고 수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카드,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등 관계사와의 제휴 혜택도 마련했다. 삼성카드로 구독할 경우 청구 할인을 확대하는 식이다.
또한 요금제의 선택폭을 늘리며 차별화에 나섰다. 먼저 ‘올인원’ 요금제는 제품, 무상 수리 서비스, 방문 케어, 셀프케어 등을 결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전용 ‘AI 구독 클럽 삼성카드’로 60개월까지 기간을 늘려 이용할 수 있으며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스마트’ 요금제는 제품 구매와 함께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만 붙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 시 제품은 일시불 또는 최대 60개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이미 제품을 보유한 고객은 제품 종합 점검, 소모품 교체, 내·외부 청소 등 케어 서비스만 이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구독 고객을 위한 제휴 혜택으로도 차별화했다. 전월 카드 실적에 따라 청구 할인으로 구독료를 절감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 대명아임레디 상조, 에버랜드, 노랑풍선, 밀리의 서재, SK브로드밴드, CJ제일제당 등 14개 파트너사의 혜택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김용훈 상무는 “AI 구독 클럽 출시로 ‘AI=삼성’ 공식을 완성하며 전 영역에서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