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재일, 문상철, 황재균(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올겨울 KT 위즈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포지션은 1루수다. 지난달 허경민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기존 3루수 황재균(37)이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주최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3루수로서 수상은 이게 마지막”이라며 새 포지션 도전을 시사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황)재균이가 훗날 1루에 서주는 게 다른 포지션을 육성하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경쟁
KT는 올해 문상철(33), 오재일(38) 2명으로 1루를 채웠다. 황재균에게는 경쟁자다. 그 중 1루수 출장 비중이 가장 높은 문상철은 125경기에서 타율 0.256, 17홈런, 58타점으로 잠재력을 꽃피웠다. 이에 KT가 2022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으로 품은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또한 그가 1루수 경쟁에서 우위에 점했다고 깔끔하게 인정했다. 이후 KT는 출전 비중이 줄어든 박병호를 오재일과 트레이드해 좌타 자원을 얻은 것은 물론, 1루에서 경쟁 시너지가 나게 했다. 오재일은 KT 이적 후 83경기에서 타율 0.246, 8홈런, 37타점 등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둘은 황재균에게 결코 쉬운 경쟁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황재균 역시 둘에게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황재균은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많은 포지션을 소화했다. 당초 프로 입단 당시 포지션이 내야 수비 꽃이라고 불리는 유격수였다. 선수생활 전반에서 주 포지션이 3루수였지만, KT 이적 후 1루에서 또한 26경기에서 121이닝을 수비했다. 올 시즌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뒤따랐지만 프로 18년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황재균은 “경쟁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큰 그림
KT는 경쟁 시너지만 바라는 게 아니다. 이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가 기대하는 효과는 경쟁 시너지를 포함해 크게 세 가지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오재일, 황재균에게서 이른바 ‘FA로이드’(FA 선언을 앞두고 좋은 성적을 내는 일)를 기대할 수 있다. 오재일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즉, ‘FA 재수’를 통해 재기하겠다는 의지다. 2022시즌을 앞두고 KT와 4년 계약을 맺은 황재균 역시 건재를 과시해 3번째 FA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이 감독은 동기부여 측면까지 고려했다.
또 다른 효과는 체력 안배다. 황재균은 허경민과 3루 출전 비중을 나눌 수 있다. 현재 저연차 3루수 중에선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었다. 베테랑 2명을 앞세워 육성할 시간을 버는 게 가능하다. 강민성 등 차기 3루수 평가를 받는 유망주가 성장할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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