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중대 전환점 맞은 시리아 … 앞으로의 운명은?

알아사드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중대 전환점 맞은 시리아 … 앞으로의 운명은?

BBC News 코리아 2024-12-10 12:40:08 신고

3줄요약
기뻐하는 시리아 국민들
EPA
시리아 국민들은 알 아사드의 몰락에 환호하고 있으나, 시리아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시리아를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정권은 너무나도 속이 비고 타락하고 썩을 대로 썩어 있던 탓에 막판에는 고작 2주도 안 돼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만나 본 모든 이들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는 속도에 놀라워했다.

그러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여러 시위가 일어났던 2011년 아랍의 봄 당시에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 시리아인들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대통령, 리비아와 예멘의 오랜 독재자들을 축출하거나 위협했던 이 혁명의 마법이 자신들에게도 닿길 바랐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2011년 당시는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이 2000년 사망하고 아들 바샤르에게 정권을 물려준 상태로, 정권은 이미 타락하고 부패한 상태였다.

그러나 하페즈가 시리아를 통제하고자 필요하다고 믿었던 이 시스템과 정권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하페즈는 쿠데타가 일어나기 쉬운 국가인 시리아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이를 별다른 저항 없이 아들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정권을 물려받은 아들 바샤르는 2011년, 아버지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바샤르는 다른 옛 독재자들보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그래도 정당성 있는 인물로 여겨졌다.

바샤르는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를 열렬히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맞서 싸웠던 인물이자, 아버지보다는 젊은 나이로 곧 아랍의 지도자가 될 예정이었다.

2000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는 개혁을 약속했다. 일부 시리아인들은 2011년 그가 부하들에게 거리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사살하라고 명령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위가 그가 앞서 약속했던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여전히 그를 믿었다.

시리아 주재 영국 대사가 언젠가 내게 알 아사드 정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부'와 같은 마피아 영화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순종하는 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가문의 수장이나 최측근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은 모두 제거되게 된다. 시리아의 경우 이러한 반대파들은 교수대에 오르거나, 총살되거나, 아무도 모르는 지하 감옥에 평생 갇히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반군들은 이렇게 갇혀있다가 자신들이 풀어준 수천 명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공개했는데, 이들은 모두 쇠약하고 창백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불빛을 보지 못한 듯 눈을 끔뻑인다.

물에 젖은 종이봉투처럼 허물어질 알 아사드 정권의 약점은 이렇듯 악명 높고 억압적인 지하 감옥 뒤에 잘 가려져 있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Reuters

한편 국제 사회는 바샤르를 약하고, 러시아와 이란에 의존하는 지도자이자, 자신의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를 분열시킨 인물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중동의 주요 인물로 여겨질 만큼 강한 인물로, 심지어는 언젠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는 인물로 바라봤다.

이들리브에서 반군이 폭발적으로 진격하기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미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가 알 아사드와 이란 간 관계를 갈라놓으려 노력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 강도를 점점 더 높이고 있었다. 이곳이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무기를 전달하는 공급망의 일부라는 주장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미 레바논을 공격해 헤즈볼라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으나, 아예 재건조차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동시에 UAE와 미국은 알 아사드가 이란과의 동맹을 깨고,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를 추구하고, 국제 사회에 돌아오리라 결심하게 만들 수 있는 동기를 찾고자 노력 중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두 알 아사드 정권의 몰락에는 자신들의 공로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이란에 큰 피해를 입히고,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지속하면서 러시아와 이란 등 알 아사드의 최대 동맹국들은 그를 도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거나, 돕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하지만 미국 등이 그의 몰락 직전까지 알 아사드를 이란을 견제하고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했다는 사실은 그가 이렇듯 러시아로 도망가며 축출되는 날이 곧 다가오고 있다고 단 한 순간도 믿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즉 미국 등이 그의 종말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서로 껴안으며 기뻐하는 시리아 국민들
Getty Images
시리아의 정권 교체로 수많은 이들이 감옥에서 풀려났다

이제 알 아사드가 몰락한 지금, 시리아의 새 통치자가 이란과의 동맹보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 구축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란의 공급망에서 시리아는 빠져나오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다음 단계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 아직 이란-시리아 관계의 미래를 단정 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시리아인들은 물론 아랍과 국제 사회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정학적 지진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번 지진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이란은 자신들이 '저항의 축'이라고 불렸던 네트워크의 주요 축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알 아사드 정권은 축출됐다.

이란 당국은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후 협상에 나설 수도 있고, 아니면 전략적으로 고립된 나머지 고농축 우라늄을 핵무기로 전환하는 운명적인 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한편 시리아인들은 지금의 상황에 기뻐할 만하다. 2011년 이후 시민들을 잔인하게 억압했음에도 알 아사드와 그의 측근들은 자신들을 위해 싸워줄 병력을 충당할 수 있었다.

내가 과거 전선에서 만나본 많은 군인들은 그래도 이슬람국가(IS)의 지하디스트 대원이 되는 것보다는 알 아사드의 군인이 되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고 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자신들은 민족주의자이자 이슬람주의자이지만 더 이상 지하디스트는 아니라고 말하는 잘 조직된 반군을 맞닥뜨린 시리아 군인들은 더 이상 싸우길 거부하고 군복을 벗고 집으로 돌아갔다.

길가에 버려진 탱크
EPA
시리아 군은 탱크를 포함한 군수품을 버리고, 일부는 군복마저 벗어버리며 반군에 맞서 싸우길 포기했다

시리아인들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역내 거물들이 협력해 결국은 새로운 전쟁으로 이어질 약탈과 복수의 물결이 아닌 국가적으로 전후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반군을 이끈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지도자 아부 모하마드 알-줄라니는 현재 자신의 세력과 시리아 내 모든 종파가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부하들이 알 아사드 정권을 끌어내렸으며, 그는 현재 시리아에서 사실상 지도자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하지만 시리아에는 알-줄라니에 동의하지 않는 무장 단체가 여전히 수십 개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시리아 남부에 자리한, 원래 알 아사드를 인정하지 않았던 부족 민병대원들은 다마스쿠스에 새로 정부가 세워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동부 사막 지역에서는 IS 잔당들이 위협이 커지자 미국이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국경 너머 이슬람주의 국가가 들어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놀란 나머지 시리아 군의 군사 인프라를 타격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는 그야말로 법과 질서가 없는 나라이기에 시리아 정규군을 개혁해서 이들을 활용하는 게 차라리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2003년 이라크 군대를 해산하기로 했던 미국의 무모한 결정은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아울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제 만족해야 한다.

에르도안의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전이 크게 정체됐을 때 HTS가 전투 세력으로 변모하고 있을 당시 그 어떤 집단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들리브의 자치권을 보호하고자 앞장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자 전쟁으로 이스라엘-튀르키예 관계 자체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이스라엘 국경까지 영향력을 넓히고자 시도할 수도 있다.

한편 시리아인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권이 무너진 후 독재 정권이 들어서 폭력적인 혼란이 이어진 다른 두 아랍 국가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가,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이 대체자 없이 축출됐다. 신중하지 못한 외국의 개입은 두 국가가 재앙으로 치닫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독재자들이 떠난 공백은 약탈과 복수, 권력 쟁탈과 내전으로 채워졌다.

시리아인들은 수 세대 동안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두 알 아사드 대통령과 이들을 따르는 세력에 의해 삶을 강탈당했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해 시리아가 약해지자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고자 시리아를 이용했다.

그리고 여전히 시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결정권을 갖게 된다면 이들이 나서 새롭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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