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정권 붕괴 후 고속도로 막히고 국경 검문소 붐벼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지난 2주간 시리아 전역의 도시와 마을을 휩쓸면서 수도 다마스쿠스로 진격한 반군 뒤에는 꼬리처럼 기나긴 행렬이 생겼다.
반군의 뒤를 쫓아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피란민들이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까지만 해도 탱크와 장갑차가 이동했던 시리아의 고속도로는 각종 가재도구를 가득 실은 차와 트럭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반군이 파죽지세로 돌파한 경로를 따라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반군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고속도로의 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또한 국경 검문소도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피란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난민 위기를 불렀다.
유엔에 따르면 720만 명의 시리아 국민이 고향을 떠나 반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이주했고, 600만 명 이상이 다른 나라로 피신했다.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는 36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했고,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도 수십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단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피란민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란민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길 기원했다.
이와 관련, NYT는 지난 2020년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중재로 휴전이 선언된 후 소강상태였던 내전이 갑작스럽게 재점화된 배경으로 귀향을 원하는 피란민의 여론을 지목했다.
반군의 구심점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이 통제하는 지역에 거주하던 피란민들이 올해 초 시위를 통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 고향 집을 되찾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최근 인터뷰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의 운명이 이번 공세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졸라니는 "피란민은 고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텐트에서 생활하는 피란민이 단 한명도 남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피란민 중에선 오랜 내전 탓에 집이 폐허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집은 남았지만, 당장 생활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경우도 많다.
수년 만에 이들리브 지역의 고향으로 돌아온 야스민 알리 아르무시(30)의 집은 정부군 초소로 사용됐다.
벽에는 아사드 정권을 칭송하는 낙서가 쓰여있었고, 바닥에서는 탄피 무더기가 발견됐다.
그러나 아르무시는 "집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라며 귀향을 기뻐했다.
koman@yna.co.kr
반군 진격에 아사드 러시아로 '야반도주'…군복벗고 길터준 시리아 정부군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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