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간 개인적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일 관계 위험성 부각"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탄핵 정국 상황이 지속하자 한국에 대한 외교 방향에 고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진행된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이 한국 내에서 커지면서 한일 외교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일본 언론은 진단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한국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투표가 불성립된 이튿날인 지난 9일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사태를 주시하겠다"면서 "한국은 소중한 이웃 나라로 향후도 긴밀히 협력을 도모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탄핵정국에도 한국과 개선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혼란의 발단이 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직접적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오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내란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출국 금지되면서 한일 간 정상 외교도 당분간 중단되게 됐다.
요미우리는 "윤 대통령이 10,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정상이 상대국을 서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계속할 것을 확인했으나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곤란해졌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1월 이시바 총리의 방한 계획에 관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한국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일본 중심의 외교정책'이 탄핵소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명기되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 내 대립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외교와 국방을 비롯한 통치체제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한국 대통령은 군 통수와 조약 비준 등 폭넓은 권한을 갖는다"면서 "외교와 국방의 최고책임자가 내란 혐의로 출국 금지라는 이례적인 상황에 빠지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대일 중시를 내세워 한일 관계 개선에 윤 대통령이 한 역할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정상 간 개인적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성도 부각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 위기를 극복하고 한일 관계를 지속해 발전해 나갈 주체적인 외교가 일본 측에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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