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논란이 되면서 '비혼 출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비혼 출생 비율이 높은 프랑스 같은 나라들처럼 우리나라에도 인식과 제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비혼 출생이란 법률상 부부 사이가 아닌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말하는데요.
연인 관계 또는 싱글 여성에 의한 출생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난 2020년 비혼 출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온 방송인 사유리 씨의 경우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방법을 택했는데요.
박민정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연구교수는 "사유리 씨가 자발적 비혼 출산을 한 이후 이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다"면서 "결혼하지 않고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을 원할 경우 필요한 절차와 관련 법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체외 수정 대상을 부부 사이로 제한한 대한산부인과학회 지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미혼 여성의 출산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박민정 교수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비혼 출산에 대한 시각도 변화하고 있지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같은 보조생식술을 포괄하는 법체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혼 출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 통계청 설문조사에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7.2%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전체 출생에서 비혼 출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죠.
하지만 비혼 출생을 좋게 보지 않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은 "가족 제도가 흐트러지면 아이들이 제일 먼저 큰 희생자가 된다"면서 "모든 아이는 생물학적 아빠와 엄마 밑에서 자랄 권리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뺏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 가정도 가정의 한 형태일 뿐이고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결혼은 안 했지만, 아이를 선택해 잘 양육하고 있는 가정이라고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얼마 전 비혼 출산아가 차별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을 살피겠다고 밝혔는데요.
보여주기식 논의가 아닌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민정 대표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현재 임신 출산 진료비 카드 100만원 외에는 임신기에 지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비 부모 수당 같은 지원을 통해 비혼 출산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혼인 외 출산,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논의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한 고민도 같이 해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기획·구성: 류재갑 정지연 | 촬영: 이동욱 | 편집·그래픽: 송해정 >
jacobl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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