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는 고강도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의 경우 적자 늪에 빠지면서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3개 사업부(호텔·면세·월드) 대표를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게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28일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부사장)과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전무)를 각각 호텔롯데법인 및 사업부 대표, 면세사업부 대표로 선임했다. 아울러 월드사업부 소속이던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전무)을 해당 사업부 대표로 앉혔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조치는 새판을 짜야 호텔롯데의 본원적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계속된 투자와 계열사 지원 등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불안정한 정세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 확대에 따른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TRS 정산에 따른 추가 지분 인수로 2600억원을 썼고, 시카고 킴튼호텔 인수에 430억원을 지출했다. 아울러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관련 투자는 물론, 지난해 롯데건설 유동화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대출과 9000억원 규모의 선순위대출에 대한 이자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롯데자산개발의 재무구조 개선을 돕기 위해 올 상반기 153억원을 포함, 384억원을 출자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9월말 기준 호텔롯데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연결기준 2조3061억원에 달하는 반면,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1863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아울러 총차입금이 8조7616억원에 달하다 보니 차입금의존도 역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하향조정 기준으로 삼는 50%에 육박하는 49.5%를 기록 중이다.
호텔롯데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건 주 수익원 역할을 해왔던 면세사업부가 흔들리면서 내실없는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실적만 봐도 매출액은 3분기까지 3조74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8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아울러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814억원으로 같은 기간 24.3% 감소했고,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의미하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역시 6422억원으로 7.9% 줄긴 했지만 외상매출 회수와 함께 원재료 등의 외상매입을 늘린 결과라 착시에 불과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롯데그룹이 정호석 대표 등을 신규 선임했던 당일(11월 28일) 호텔롯데의 자산유동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는 점이다.
당시 개최된 기업설명회에서 롯데그룹은 L7과 롯데시티호텔 2~3곳을 매각해 약 6000억원을 조달하고, 고정비 축소를 위해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및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영업면적 축소 계획을 밝혔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인력 및 사업효율화에 나섰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까지 염두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진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보다 굳건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본 롯데와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하고, 이를 위해선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필요하다.
다만 2016년, 15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신 회장의 경영비리 ▲국정농단 사태 ▲중국 사드보복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현재 3조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따라서 기업가치가 회복돼야 호텔롯데의 IPO를 추진할 수 있기에 전 사업부문의 수장 교체와 비효율 사업장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현재 IPO를 계획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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