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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은 8일 오후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4’ LPBA 결승전에서 김보미(26·NH농협카드)를 상대로 세트 점수 4-2(11-0 11-6 11-4 3-11 9-11 11-1)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었다.
김가영은 올 시즌 3차 투어인 베트남 하노이 오픈부터 이번 7차 투어까지 5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간 동안 개인투어에서 무려 30연승을 질주했다. 5회 연속 우승과 30연승 모두 남녀부를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김가영은 이번 우승으로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이 역시 남녀부를 통틀어 최다 우승 기록이다. 우승 상금 4000만 원을 추가하면서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2억 원을 돌파한 것은 물론, 누적 상금도 5억 4180만 원으로 늘렸다.
남자부인 PBA의 경우 우승 상금이 1억 원인 반면, 여자부 LPBA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0만 원이다. 그럼에도 김가영의 누적 상금은 PBA에 갖다 놓아도 전체 6위에 해당한다.
LPBA에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그럼에도 김가영이 압도적 독주를 하는 데는 실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김가영의 독주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공부’, ‘목표’ 그리고 ‘경험’이다.
‘공부’는 포켓볼 세계정상 시절부터 김가영을 상징하는 한 단어다. 김가영은 연습량이 많기로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훈련은 다른 선수들과 조금 다르다. 보통 선수들이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연습 경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반면 김가영은 공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공이 어떻게 굴러가고, 회전하고, 부딪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김가영은 “나는 공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걸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며 “연습경기를 많이 하면 경기에 대한 간절함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우승을 수없이 많이 했지만, 나태해지거나 방심하지 않는다. 계속 스스로에게 ‘목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몇 회 우승이나 순위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면 우승을 해도 아쉬움이 가슴 깊이 남는다.
김가영은 우승 인터뷰 마다 에버리지를 많이 언급한다. 그는 “포켓볼을 내려놓고 3쿠션으로 전향해 LPBA에 도전했을 때 내 목표 에버리지는 1점이었다”며 “그 때는 여자 선수 가운데 1점을 넘는 선수가 없었기에 현실적인 목표였다. 계속 노력하다보니 이젠 1.2~1.3점까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부 PBA에 도전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하는데 절대 안 된다”며 “남자 선수는 에버리지 1.5점 수준인데 아직 나는 그 수준이 아니다. 나중에 1.5점까지 올라오면 모를까 지금은 물을 흐리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가영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경험’이다. 김가영은 3쿠션 이전에 이미 포켓볼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큰 물에서 놀아본 경험은 다른 선수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 만의 강점이다.
5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김가영이 늘 상대를 압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벼랑 끝에 몰린 적도 여러 차례였다. 하지만 그 때마다 관록과 경험의 힘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반면 상대 선수는 기회를 잡고도 멘탈이 흔들리면서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김가영과 상대한 김보미는 “(김)가영 언니의 강력한 틀을 깨기 위해선 내공이 많이 쌓여야 할 것 같다”며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가영 언니의 풍부한 경험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김가영은 정상의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 계속 ‘여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갈 생각이다. 그는 “우승 횟수나 연승 기록을 계획으로 세운 적은 없다”며 “그냥 조금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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