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야당 당수 만나 나토가입 지원 부탁…"바이든에 조만간 전화"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하자 나토의 '안보 우산' 밑으로 들어가려던 우크라이나가 다급해진 모습이다.
나토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이 만에 하나라도 떠나버리면 3년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종전 구상도 한순간에 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면담하면서 독일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
메르츠 대표는 내년 2월 독일의 조기 총선 후 총리직에 오를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기 지원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해 나토 가입 초청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트럼프 당선인의 나토 관련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다른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면 탈퇴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absolutely)"고 밝혔다. 유럽의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내지 않고 '무임승차'한다면 나토 탈퇴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으로 서방의 지원에 힘입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신속한 종전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국의 나토 가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유독 많이 내고 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종전 협상을 압박할 것으로 보이는 터에 현재의 전황을 획기적으로 바꿀 전략이 뚜렷하지 않다면 서둘러 나토 회원국이 돼야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전쟁 과열 국면을 막고 싶다면 우리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안보)우산 아래 둬야 한다"며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토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여태껏 해온 지원도 지속하겠지만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곧장 가입 절차를 개시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나토 자체의 결속마저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각 회원국이 비용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동맹을 버릴 수도 있다고 최대 지분국의 차기 수장이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형국이다.
나토 회원국들이 단일대오를 유지해도 회원국들로선 부담스러웠던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더 커지는 셈이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집권 2기로 접어들기 전에 나토 가입 절차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 문제를 트럼프와 논의하는 것은 그가 취임하지 않은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다.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이고 그의 의견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1월20일까지는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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