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정선/김민영 기자] 이쯤 되니 정말 적수가 없어 보인다.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5연승을 달렸다.
결승전 상대 선수였던 김보미(NH농협카드)는 "현재 여자 선수 중에 김가영을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정작 김가영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경기를 계속하다 보니 부담도 익숙해지는 것 같다"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연속으로 우승을 할 수 있는 비결 같은 건 없다. 운도 좋았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5연승 비결을 밝혔다.
특히 김가영은 이번 시즌 5연승을 하는 동안 무려 큐를 3번이나 바꿨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안 풀릴 때 큐를 바꾸지, 연승을 하고 있는 큐를 바꾸지는 않는 법.
하지만 김가영은 좀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위험도 불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에 상관없이 연승을 거듭했다.
다음은 결승전 직후 김가영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우승 소감 부탁한다.
중간에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는데 잘 마무리해서 기쁘다. 여러 가지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담감을 계속 느끼면서 경기를 하다보니 부담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결승전 시작할 때는 집중이 잘 됐는데, 중간에 약간 해이해지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족할 만한 대회였다.
초반 1, 2, 3세트를 연속으로 따냈지만 4세트부터 주춤했다. 이유가 뭔가?
집중력이 조금 깨졌다. 스코어가 몇 대 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데, 내가 왜 실수를 했는지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큰 그림을 못 보고 한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전체를 읽지 못하고 집중력도 좀 깨진 것 같다.
5연속 대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운이 좋았다. 실력이 좋다고 해도 연속으로 우승할 수 있는 비결 같은 건 딱히 없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훈련했던 것들과 또 어떤 운 같은 것들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사실 위기도 굉장히 많았다. 이런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도 있지만, 운도 분명히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5연속 우승을 하는 동안 한 큐로 대회에 나왔나?
아니다. 한 세 번 정도 큐를 바꿨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큐를 일부러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2번은 같은 브랜드에서 큐를 바꿨고 최근에는 아예 새로운 브랜드의 큐로 바꿨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한번 써보고 싶었다.
큐를 바꾸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지금 쓰는 브랜드는 포켓을 칠 때 2~3년간 썼던 브랜드라서 대략적인 성질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한 브랜드의 큐로 오래 경기를 했기 때문에 혹시 나한테 더 잘 맞는 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시도였다. 물론 잘못된 시도일 수도 있지만, 남아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해서 지금 해보지 않으면 또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싶어서 시도를 해봤다.
김가영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수 혹은 멘토가 있나?
지난 몇 년간 딱히 한 사람을 스승으로 모신 건 아니라서 지금은 일단 팀원들, 김병호 선수, 초클루, 신정주, 응우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또 드림투어 선수 중에 차경회라는 선수 겸 친구가 있는데,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친구라서 내 문제에 대해 항상 냉정한 의견을 줘서 도움이 되고 있다. 이분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남자부 대회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없다. 아직 수준이 안된다. 거기 가면 물 흐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남자부 대회는 평균 애버리지 1.5 이상인 분들이 나와서 대결을 하는데, 이제 1.2, 1.3인 내가 조금 좋아졌다고 남자 선수들이랑 한번 붙어 보겠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진짜 열심히 쳐서 혹시라도 1.5 정도의 수준이 된다면 그때는 물 흐리는 수준이 아니니까 모르겠지만, 지금 도전하는 건 물 흐리는 것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매년 애버리지가 좋아지고 있다. 이제 1.5가 목표인가?
원래 처음 3쿠션을 시작할 때는 1이 목표였다. 그 당시는 여자 선수 중에 애버리지 1을 넘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1을 목표로 했는데, 이제 35점을 수지로 놓게 되니 35점 정도 치면 애버리지가 한 1.2는 돼야 한다고 해서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훈련은 어디에 중점을 두는 편인가?
공의 원리를 알아가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이한 샷이나 공의 구름, 회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편이다.
다음 대회도 연승을 기대하나?
연승을 계획으로 세워본 적은 없다. 그냥 열심히 좀 더 나은 모습, 좀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것에 중점을 둘 뿐이다.
지난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만난 김보미와 오늘 결승에서 만난 김보미는 어떻게 달랐나?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는 게 많이 줄었다. 초반에 김보미 선수가 집중을 조금 못했다. 내가 3-0으로 치고 나가면서 김보미 선수에게 어려운 경기가 될 뻔 했는데, 그래도 침착하게, 덜 흥분된 모습을 보여서 좋았다. 결승전 한 경기만 놓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이번 대회 애버리지를 봤는데 대부분의 라운드에서 나랑 1, 2등을 번갈아 했다. 그런 걸 보면서 많이 좋아졌구나 느꼈다. 위험한 요주의 인물이 됐다. 너무 예쁜 동생이다.
(사진=정선/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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