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결혼과 아이는 선택이지만"…공유, '트렁크'에 담긴 고민

[인터뷰] "결혼과 아이는 선택이지만"…공유, '트렁크'에 담긴 고민

디지틀조선일보 2024-12-09 17:12: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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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뺄셈부터 생각하는 사람. '트렁크' 속 공유가 연기한 '한정원'은 그런 사람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 탓인지, 무엇이든 부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는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하다. 공유는 그런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꼈다. 누구나 마음속 한편에 숨겨둔 나약하고 가련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듯, 공유 역시 본능적으로 한정원의 심성에 끌렸다. 스스로와 비슷한 듯 다른 캐릭터를 '공유의 색깔'로 표현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의 주역 공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극 중 공유는 결혼하고 지독히 외로워진 남자 '한정원'으로 분했다. 한정원은 이혼한 전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새로운 아내 '인지'와 결혼, 점점 온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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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규태 감독은 캐스팅에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두 주연 공유와 서현진의 캐스팅은 단연 0순위였다고 말한 그는 공유 배우의 인터뷰에 앞서 기자들에게 긴히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연기는 마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춤사위를 보는 듯하다"라며 "연기 반 공기 반이랄까? 순수하고 은은한 숨결로 적정한 온도와 향기로 시청자의 오감을 감싸며 스며들어 매료시킨다"라고 전한 것. 현장에서 기자들과 함께 이 메시지를 전해 들은 공유는 "제가 감독님과 작품을 찍으면서 접했으니까 어떤 분인지 알고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는지 너무나 잘 알겠다"라며 "감사한 마음이기는 한데 굳이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했나 싶다"라며 김규태 감독의 칭찬에 멋쩍은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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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렁크'는 사랑과 관계, 그 사이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꽤나 어려운 감정선으로 담아냈다. 복잡다단한 캐릭터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공유 역시 '트렁크'의 그런 색다른 지점에 끌렸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마냥 밝지 않고, 어두운 면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도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비슷한 결의 이야기에는 호기심이 잘 안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트렁크'는 사랑에 관한 새로운 시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소재로 쓰는 많은 작품들이 보통은 긍정적이고 밝고, 어쩌면 동화적인 면이 있지 않나. 현실에는 없는 캐릭터와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드라마와 영화의 역할인 것 같은데, 저는 그 반대의 지점에서 '트렁크'에 매력을 느꼈다. 우리가 술 한 잔 하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지 않나. 어두운 면이 있더라도 그걸 표현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꺼내도 되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 [인터뷰] "결혼과 아이는 선택이지만"…공유, '트렁크'에 담긴 고민

    한정원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직업이 없어도 먹고살 돈은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부친의 가정폭력과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모친. 심지어 모친이 목을 매달 끈을 직접 묶어준 정원은 내면이 성장하지 못한 채 줄곧 수렁에 잠겨있다.

    "한정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수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정원이는 쉽지 않은 과거를 안고 있지 않나. 굉장히 어린 나이에 이미 성장이 멈춰버린 듯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무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방어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다 보니까 표정도 드라이해지고 마지못해 사는 사람처럼 말라 있게 표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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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은 소꿉친구이자 아내 '서연'(정윤하)에게 의존하듯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새로운 기간제 아내 '인지'와 원치 않는 결혼을 시작한다. '매매혼'이라는 소재를 담은 작품이라, 일각에서는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부터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건 생각하고 결정한 부분이었다"라고 운을 뗀 공유는 "그런 반응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저는 (혹자가)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부분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선택했고,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지 않나. 극단적인 소재이지만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다고 생각해서 (호불호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렇다면 공유가 생각한 '트렁크'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공유는 한정원을 연기하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사랑, 좋은 관계는 무엇인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됐다.

    "작품을 하면서 제 경우를 대입해서 곱씹어봤다. 사랑과 관계에 대해 제 과거를 돌아보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에는 여러 모양이 존재하고 정답도 없다. 우리 작품은 '사랑은 이렇다'라고 제시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믿고 있는 사랑은 어떤 건가요'라고 묻는 것 같다. (자신에게도)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곱씹어볼 계기가 됐고, 바람이 있다면 시청자분들도 저처럼 느껴주시길 하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 작품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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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는 '트렁크'를 통해 서현진과 첫 호흡을 맞췄다. '또 오해영'의 오랜 팬을 자처한 공유는 서현진과의 현장을 떠올리며 "지독하게 연기하더라"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개인적으로도 서현진 씨의 팬이고, 되게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막상 앞에서 연기하는 걸 보니 굉장히 정확하고 작품에 대한 깊이가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한 면도 있는 배우이자 사람이더라. 날카롭고 똑똑하고 섬세한 배우라고 느꼈다. 그래서 현진 씨가 살이 안 찌겠구나 생각이 들었다.(웃음)"

    극 중 '인지'(서현진)의 스토커로 등장한 배우 김동원과의 현장도 언급했다. 공유는 "저도 그 시기를 겪었지만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 연기한다는 게 녹록지 않았을 거다. 저랑 동원 씨가 붙는 신에서 동원 씨가 매 신 많이 준비를 해오더라. 제 입장에서는 너무 대견하고 멋졌다"라며 "그런데 제 앞에서 연기하는 게 떨렸던 가보다. 너무나 연기를 잘하고 있는데 미세하게 손이 떨리는 걸 봤다. 짠해서 컷 사인 후 박수를 쳐줬던 기억이 난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김동원이) 저한테 와서 감사 인사를 하더라. 저는 동원 씨 연기는 몰입도가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인 성격상 뭘 과하게 했는지 마리를 싸매고 있을 거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위로하고 있다"라며 후배를 챙기는 섬세한 모습도 드러냈다.
  • [인터뷰] "결혼과 아이는 선택이지만"…공유, '트렁크'에 담긴 고민

    결혼을 소재로 한 작품에 참여한 만큼, 공유의 결혼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공유는 "제가 40대 중반이지만 분명한 건, 결혼은 선택 같다. 그냥 각자 본인에 맞게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30대 초반까지는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젊은 아빠가 되어야지 하는 막연한 소싯적 판타지가 있었다. 그런데 사람 일이 뜻대로 안 되더라.(웃음) 지금에서는, 부정적일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는 제 의지로 태어나는 게 아니지 않나. 선택권 없이 태어났는데 생각보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원래도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요즘엔 그런 고민 속에 빠져 있는 중이다."
  • [인터뷰] "결혼과 아이는 선택이지만"…공유, '트렁크'에 담긴 고민

    '트렁크'는 관계 맺음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연기를 통해 시청자, 관객과 소통하는 직업을 가진 공유는 배우로서 느끼는 고민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제 그릇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보시는 분들이 저희의 직업에 대해 상상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캐릭터 때문에 판타지가 덧대어져서 대중분들이 상상하는 부분이 마치 실제 그 사람인 것마냥 고착화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사실 저는 이런 인터뷰 자리든 예능이든, 배우 공유와 사람 공지철이 큰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서 왔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런 사람이라 (배우로서) 힘든 부분이 쌓이기도 한다."

    "그냥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 같기도 하다. 저는 원래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인데, 저도 사람이니 가끔은 뒤에서 속이 썩는다. 하다 하다 너무 힘들면 좀 쉴 수도 있다. 은퇴를 말하는 건 아니고 추상적으로 말씀드리는 것."

    20년 넘는 연예계 생활에 지칠 때도 있지만 여전히 공유를 지탱하는 건 오랜 팬들이다. 공유는 "저를 오래 지지해 주신 팬분들이 있어 힘이 된다. 그분들이 저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신다. 팬분들이 존재감으로서 무언의 위로를 주시는 것 같다. 그 힘으로 버틴다"라며 팬 사랑을 덧붙였다.

    한편, 짙은 감성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공유 주연의 '트렁크'는 넷플릭스에서 전편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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