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 안건에 사실상 '기권' 의사를 표명하면서, 합병안의 가결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현 정부의 원전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주 주가가 급락하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크게 밑돈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9일 열린 회의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에 대해 조건부 찬성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조건은 오는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 이상일 경우에만 찬성표를 던지는 것으로, 주가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기권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은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할 수 있는 마감일 전날이다. 이는 사실상 '찬성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9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1만7380원, 두산로보틱스 5만7400원로 거래를 마쳤다.
비상계엄이 발표된 이후 두산로보틱스는 약 10%, 두산에너빌리티는 20% 가량 떨어졌다.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가 8만472원이다.
매수예정가액에 비해 각각 20%와 41% 가량 낮아 찬성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연금이 오는 12일 열릴 양사 주주총회에서 기권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 가결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다.
두산로보틱스는 지주사인 두산이 6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67%로 낮다.
국민연금(6.85%)이 기권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이들의 표심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합병안 가결을 위해서는 전체 의결권 주식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반대 측에는 서스틴베스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 등이 있으며,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일반주주도 반대표를 모으고 있다. 반면, 찬성 측에는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등이 포함된다.
두산 측은 국민연금이 명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지 않은 점에 의의를 두며, 최종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분할 합병 관련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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