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3대 해운사이자 재계 순위 38위인 장금상선(장금유한공사82.97%‧정태순17.03%)이 정태순 회장의 아들인 정가현씨 회사에 부당지원해 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락>이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장금상선과 오너 2세 회사인 장금마리타임·시노코페트로케미컬·시노코탱커의 창립부터 현재까지의 외부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3곳 모두 그룹사의 자본으로 시작해 사세를 키워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가현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장금마리타임(대표 김남덕)은 지난 2008년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2008년 매출 17억원으로 시작해 2009년 14배 성장한 25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장금상선그룹사로부터 올린 매출은 134억원으로 31.5%를 차지한다.
이후 그룹사와의 거래는 감소했지만, 장금상선으로부터의 차입금과 채무보증은 급증했다.
2010년 장금상선으로부터 319억원을 차입하고, 13억원의 채무보증을 받았다. 이후 ▲2011년 차입금 489억원‧채무보증 739억원 ▲2012년 1089억원‧2729억원 ▲2013년 1422억원‧4073억원 ▲2014년 1453억원‧5625억원 ▲2015년 1757억원‧5293억원으로 늘어났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장금마리타임의 부채비율은 2773%, 3125%, 2311%, 1407%에 달한다.
그룹의 아낌없는 자금지원 덕분인지, 2008년 180억의 자산규모는 2023년 2조3110억원으로 15년 만에 127배 성장하는 기적을 이뤘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유상증자 등으로 IMM인베스트먼트 계열사 제마주식회사가 지분 18%와 정가현 씨 77%, 자기주식 5%로 지분이 구성된 시노코페트로케미컬(대표 김남덕)은 2011년 설립되자마자 그룹사들로부터 차입금을 받아 경영해왔다.
2012년과 2013년 매출은 없었지만 차입금은 각각 191억, 1333억원으로 설립 1년만에 부채비율은 2000%를 띄는 기형적인 경영구조를 보였다. 해마다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그룹사로부터 차입하고, 1조원이 넘는 채무보증을 받아왔다.
하지만 시노코탱커(대표 김남덕)의 경우 그룹사의 지원에도 최근 들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가현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시노코탱커는 2010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됐다. 경영 기반이 대부분 빚으로 시작하다 보니 2012년 그룹사 차입금 129억원과 금융기관 등에 839억원을 자금을 대여받아 부채비율은 18980%에 이른다.
2012년 119억원의 매출은 2015년 1496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급성장세를 보였지만, 매해 줄어들면서 2020년 57억원, 2021년 4억원, 2022년 2억원, 2023년 1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9년부터 당기순적자를 기록하면서 2021년에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1년 자본총계는 -478억원, 2022년 -1047억원, 2023년 -15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2세 회사 자산총계의 합은 6조7494억원으로 장금상선의 별도기준 4조9893억원을 뛰어넘었다.
그룹 계열사 조강해운 희생?... "이미 승계 끝났다"
한정된 해운시장 파이에 일감을 2세 회사 3곳이서 나눠갖다보니 시노코탱커의 경우 자본잠식에 빠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장금마리타임과 시노코페트리케미컬의 급성장세와 비교해 기존의 그룹 계열 해운사였던 조강해운이 최근 법인청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강해운은 2004년 매출 1031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 2642억원까지 성장한 탄탄한 해운 계열사였다. 하지만 2009년 돌연 910억원으로 매출이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2011년 자본이 -131억원을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다. 특히 2017년 매출은 57억원까지 떨어진다.
조강해운은 2021년 9월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해산 절차를 밟았다. 그룹사에 졌던 차입금 약 70억원은 면제처리하고, 보증에 따라 약 37억원의 채무가 장금상선으로 인계됐다.
조강해운의 하락세가 2세 회사의 설립일과 시기가 맞물린다는 점에서 성장세에 있던 조강해운의 일감들을 정가현 씨의 회사에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금마리타임의 설립일은 2008년 11월, 시노코탱커는 2010년 7월,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2011년 3월에 설립됐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3곳이나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분명 (조강해운의) 일감이 2세 회사에 옮겨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금상선이 80%, 정태순 회장이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조강해운의 일감을 2세 회사로 돌리면서 공정위의 내부거래규제에서도 벗어나는 새로운 부의 이전을 꾀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연간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를 넘어설 경우 규제 선상에 두고 있다. 다만 일감몰아주기 자체에 위법성을 무는 것이 아닌, 시장가 대비 저가나 고가 등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부당성이 있거나 오너가의 사익편취로 이어질 경우 조사를 통해 제재하고 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최근 3년간 고배당금을 지급해온 것으로도 확인됐다.
회사는 2021년 117억원, 2022년 204억원, 2023년 252억원을 배당했는데, 지분 77%를 소유한 정가현 씨는 3년간 약 441억 21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평균 배당성향은 약 44%로 2023년 코스닥 시장 배당 법인의 평균 배당 성향 29.6%의 1.5배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배당성향은 84%에 딜한다.
장금상선이 2세 회사에 부당지원해 사익편취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중견기업에 대한 규제 확대적용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수사에 착수한 중흥건설의 사례랑도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2세 회사들이 그룹의 자금으로 무사히 성장을 마친 만큼, 지주사인 장금유한공사의 지분만 확보하면 승계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뉴스락>은 조강해운의 해산 이유를 비롯해 오너 2세에 대한 부당지원 여부 등을 묻고자 장금상선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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