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2일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부의한다. 같은 시간 두산로보틱스도 경기도 수원시 본점에서 임시주총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승인의 건 ▲준비금 감소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처리한다.
임시주총 관전 포인트는 국민연금의 표심이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이어서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 표가 발행주식의 3분의 1을 넘어야 안건이 통과된다. ㈜두산 등 최대주주의 지분은 30.67%에 그친다.
앞서 금융당국은 회사 간 합병 비율을 근거로 두산그룹의 증권보고서를 재차 반려하며 사업 재편에 발목을 잡았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안이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두산그룹 자체의 의도를 평가할 건 아니지만, 시장에서 (합병) 가액이나 의사결정 경위 등 궁금한 점이 많았고 금감원도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해 (증권신고서를) 거듭 반려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반주주들은 두산그룹의 분할과 합병으로 피해를 보지만, 지배주주는 이익을 독식할 것이라고 비난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본다.
주주 반발에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포함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을 합병하는 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0.043으로 재조정하기도 했다. 또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도 반영했다.
두산의 전략 수정에도 반발은 여전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두산밥캣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현금거래가 아닌 분할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두산밥캣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했다.
사업 재편을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지배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등 핵심 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두산의 손을 들어줬다.
두산그룹은 각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번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의 차입금 7200억원을 이전해 1조원의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인공지능(AI), 로봇 역량 등을 활용해 미래 건설기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방침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지난 3일 주주 서한을 통해 "분할합병은 회사입장에서 에너지 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 및 투자 확대, 이를 위한 비관련 자산 처분, 재무구조 개선 및 부채 경감 등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필요한 거래"라며 "투자자로서 본건 사업구조 개편안이 회사의 주가에 이로울 것인지 신중히 검토해 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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