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1.3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넉 달 전인 지난 7월 2.1달러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35.7% 떨어진 수준이다.
전달 대비로도 급락했다. 지난달 가격은 한 달 전에 보다도 20.6% 하락, 올해 중 가장 큰 낙폭이었다.
이는 지속된 경기 침체와 함께 IT 수요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더구나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이 D램 제품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을 끌어내린 영향도 컸다.
이 여파는 선단 제품인 DDR5에도 번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DDR5로 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속도를 높인 탓이다. PC용 DDR5 16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1월 3.9달러로 전월(4.05달러)보다 3.7%, 넉 달 전인 7월(4.65달러)에 비해 16.1% 내렸다.
이처럼 D램 평균 거래가격이 하락하면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의 물량 공세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 당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차 당선됐다는 점도 잔존하고 있는 글로벌 리스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해 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투자하는 대신 국내 기업에 보조금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해당 칩스법에 대해 "너무 나쁜 거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 가능성 등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더불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안도 발표됐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일 차세대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HBM을 추가했고 수출금지 대상인 140개 중국 반도체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HBM 중국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삼성전자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정세마저 불안정해졌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폭풍으로 탄핵 정국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7일 정족수 미달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긴 했지만 오는 12일 2차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거쳐 14일 표결을 거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행정 기능은 마비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시장을 두고 글로벌 국가들의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속도를 내도 모자랄 판국이지만 정작 불안한 국내외 경영 환경으로 그 어느것 하나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환율 상승으로 판매 단가가 오를 수 있는 반면 원자재나 장비구매 등 비용도 상승해 서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에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짐으로 인해 글로벌 고객사들이 반도체 공급망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우려하는 부분은 있다"며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기업들의 실제 가치와 다르게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도 현재 반도체 기업들이 직면한 국내외 리스크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 및 벨류에이션에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글로벌 지경학은 밀림의 한가운데 들어섰고 거기에 더해 반도체 업황은 둔화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등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그리고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며 "이와 같은 국내외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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