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단순히 정치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그 규모와 분위기, 그리고 참여 방식에서 과거의 전통적인 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 드러났다.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한 이번 집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세대가 주도하며, 집회의 분위기도 과거의 엄숙한 시위에서 축제 같은 분위기로 변모했다.
외신들도 이번 집회의 새로운 문화를 주목하며 “마치 축제 같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AFP와 뉴욕타임스는 각각 이 집회를 ‘댄스파티’와 ‘축제’에 비유하며, 새로운 형태의 집회 문화를 조명했다.
새로운 집회의 모습, 케이팝과 응원봉
이번 집회에서 가장 큰 특징은 20대와 30대 등 젊은 세대의 대거 참여였다.
과거 집회에서는 주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번 집회에서는 케이팝과 아이돌 그룹 응원봉이 등장하며 집회의 색깔을 완전히 달리했다.
아이돌 팬들이 들고 나온 응원봉은 단순한 응원 도구를 넘어, 시위에서의 연대와 참여의 상징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인기 아이돌 그룹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가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은 환호성과 함께 “윤석열 탄핵하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모습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젊은 세대가 정치적 시위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다.
참여자들은 응원봉을 들고 신나게 춤을 추며, 시위의 ‘두려움’을 없애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흥의 민족답게, 젊은 세대들이 무겁게만 생각하지 않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며, 응원봉을 발견할 때마다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과거 시위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당시 시위는 주로 촛불을 들고 정적인 구호를 외치며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집회에서는 음악과 춤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K팝의 인기가 집회 문화에 미친 영향은 실로 크다.
K팝과 응원봉은 그 자체로 이미 젊은 세대의 문화 코드가 되어 있으며, 이번 집회에서도 그 상징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깃발들
이번 집회의 또 다른 특징은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들고 나온 기발한 깃발들이다.
과거의 집회에서는 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깃발들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 집회에서는 그 어떤 집회에서도 보기 힘든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인 문구가 담긴 깃발들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은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는 문구를 담았고, ‘응원봉연대’는 “덕후에게 덕질만 걱정할 자유를”이라는 재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외에도 ‘방구석 게임매니아 연합’에서는 “불안해서 집에서 게임도 못하겠다”는 문구를 붙여놓고, 실제로 길바닥에서 노트북을 켜고 게임을 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또 ‘전국 얼죽아 연합’, ‘전국 거북목 협회’, ‘강아지 발냄새연구회’ 등 다양한 동호회와 협회 이름이 적힌 깃발들이 시위를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깃발은 시위가 단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각자의 개성과 관심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국쿼카보호협회’ 깃발을 들고 나온 참가자는 “누구든 시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이런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깃발을 들고 나왔다”며, 시위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다 친근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이러한 깃발들은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데 있어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집회의 축제 같은 분위기
외신들은 이번 집회의 분위기를 ‘축제’나 ‘댄스파티’로 묘사하며, 전통적인 집회 문화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들며 즐겁게 뛰는 모습은 마치 댄스파티를 연상시켰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이번 집회에 대해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고 보도하며, 이 집회가 단순한 정치적 집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했다.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과거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시위 곡으로 사용된 점도 눈에 띄었다.
이는 집회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고 친숙하게 만들며, 참가자들이 더욱 편안하게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스파게티 몬스터 연맹'과 같은 유머러스한 단체명을 내세우기도 했고, 프랑스의 집회 문화를 연상시키는 소품인 단두대 모형이나 바게트를 들고 나오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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