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투입됐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대령) 단장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707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단장은 상부에서 '국회 내 의원들이 150명을 넘기면 안 되니 끌어내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관련 법 알지 못했고 출동지시 거부 판단할 경황 없었어”
김 단장은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4용지 한 장 반 정도의 입장문을 미리 준비해 기자들 앞에 선 김 단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제가 아는 모든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는 듯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밝혔다.
당초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기회가 없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에 대한 상부의 지시나 승인을 요청하면 거부당할 것 같아 휴대전화를 끄고 몰래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의 신원은 기밀에 해당하며 상부의 허가 없이 기자회견을 연 것도 '근무지 이탈'이다. 그럼에도 김 단장은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명찰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서서 상황을 증언했다.
김 단장은 국회 출동 명령을 받은 시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비상계엄을 선포한 10시28분 이후인 10시30분 넘어서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 단장은 이에 대해 “최초 지시는 바로 출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제가 바로 가능하다고 하자, 그럼 빨리 국회로 출동하라면서 헬기 12대가 올 거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 말만 듣고 부대원들 다그쳐 출동 준비하는 데 20~30분 걸린 거 같다”고 했다.
김 단장은 “국회 의사당으로 출동하라는 지시에 당황했지만, 관련 법도 알지 못했고 출동지시 거부를 판단할 경황은 당시에 없었다”며 “건물을 봉쇄하고 무기사용을 금한다는 사령관 말에 건물 출입문을 잠그고 이동만 차단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작전 지역인 국회 구조도 모르는 터라 티맵으로 국회 본청 건물과 헬기가 착륙한다는 운동장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국회 본청 출입구가 어디에 몇개가 있는지도 모르고, 문만 잠그고 문앞을 지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며 “후문에 도착했는데, 경비요원들의 거센 저항과 대형 자동 유리문이어서 잠금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정문으로 이동했을 때도 100여명의 기자들과 국회 관계자들이 운집해 있어 정문 출입구 차단 또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단장은 소수인원으로 출입문 봉쇄는 역부족이었고, 몸싸움 거세져 부상자 발생 가능성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안쪽에서 출입구를 확보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모든 창문이 잠겨 있어서 이를 깨고 진입했는데, 기자와 관계자들이 몰려 자신을 포함한 12명 정도만 진입했다고 밝혔다.
실탄 준비에 대해서는 헬기 1대에 탑승하는 8명의 실탄을 통합 보관했으며 분량은 개인별로 5.56㎜ 10발, 9㎜ 10발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무 상자에 공포탄, 연습용 수류탄도 실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저희가 처음으로 헬기를 (여의도 근처) 노들섬에 전개하는 훈련을 실시했고, 제 기억으로는 4~5월"이라며 "최근에는 (사령관이) 유사한 내용으로 북한에 의한 서울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강조했고, 계엄 당일에는 그와 관련된 훈련을 하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국회 출동 당시 저격총과 관련해서는 “우리 부대원들은 평시에도 비상대기하고 있고 비상이 걸리면 본인들의 고유한 총기와 장비 착용하고 나가게 돼 있다”면서 “정문에서 몸싸움 할 때는 개인이 휴대한 총기 2정, 권총과 소총, 복장만 착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탄을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분실의 위험이 있었다. 실탄은 통합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원 150명 넘으면 안된다, 끌어낼수 있나' 지시받아”
이와 함께 김 단장은 상부에서 '국회 내 의원들이 150명을 넘기면 안 되니 끌어내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김 단장은 "1∼2분 간격으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가 왔다"며 "‘국회의원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이 넘어서는 안된단다. 안에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저는 ‘전혀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사령관은 (국회의원들을)끌어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했으나, (본회의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을 봉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안보 폰’으로 21차례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김 단장은 “김용현 전 장관이 전화로 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을 지휘통제실에서 그대로 (나에게)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해당 지시를 받은 시점을 4일 0시에서 0시30분 사이로 기억한다면서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우려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국회 안에서 길을 헤맬 때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오고 있었고, 인사를 드릴 순 없었지만 몸을 피해 비켜드렸다"며 "만약 제가 의원들을 끌어내거나 잡으려고 했다면 안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령은 이 회견을 끝으로 군을 떠날 것을 선언하며,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부대원들 잘못없어, 김용현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이어 김 단장은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라며 "전(前)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꼭 부대원들을 용서해달라. 707 부대원들이 행한 모든 잘못을 지휘관인 제가 모두 지고 가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어떤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대원들에게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한 것,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197명의 현장 지휘관도, 헬기를 타고 가장 먼저 국회에 도착한 것도, 건물을 봉쇄하라고 지시한 것도 저”라고 했다.
김 단장은 이어 “후문과 정문에서 몸싸움을 지시한 것도 저이고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한 것, 건물 내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입 시도를 지시한 것도 저”라고 했다. 그는 “계엄상황에서 국회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잘 몰랐다”고 했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6일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등으로 고발되거나 연루된 현역 군인 10명에 대해 법무부에 긴급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김 단장도 여기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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