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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이’는 일제 식민지 시대, 형을 잃고 모든 희망을 상실한 해웅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지박령 옥희와 원귀들이 사는 폐가 쿠로이 저택에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는 코믹물이다. 팝, 브릿팝, 재즈, 보사노바,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와 함께 한 편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2021년과 지난해 각각 초연과 재연을 올렸고 지난 10월 29일부터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삼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12년 ‘형제는 용감했다’로 뮤지컬계에 데뷔한 산들은 ‘쿠로이’ 합류를 계기로 대학로 무대에 첫발을 들였다. 산들은 “데뷔 이후 줄곧 대극장에서만 공연했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 참여는 처음이라 색다른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의 표정이 세세하게 보이는 무대에서 연기해야 하기에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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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은 뮤지컬 분야로 발을 넓힌 이후 ‘첫 번째 남자’, ‘올슉업’, ‘신데렐라’, ‘삼총사’, ‘서른 즈음에’, ‘아이언 마스크’, ‘셜록 홈즈 : 사라진 아이들’, ‘1967 할란카운티’, ‘넥스트 투 노멀’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 경험을 쌓았다. ‘쿠로이’는 처음으로 출연하는 본격 코믹극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산들은 무대에서 뛰고 구르며 머리카락이 땀에 젖을 정도로 혼신을 다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산들은 “경험이 많은 동료 배우들에게 배움을 얻으며 코믹극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며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잘 돼서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올 때마다 짜릿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해웅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하늘로 먼저 떠나버린 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과 넘버로 관객을 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산들은 “형을 향한 사랑과 원망이 뒤섞인 채로 살아가는 해웅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정답이라는 것은 없기에 지금도 여전히 그 감정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쿠로이’는 지박령 옥희와 원귀들은 해웅을 통해 성불하며 저택을 떠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산들은 “귀신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웅 또한 변화하게 된다는 점이 주목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사우나를 다녀온 것처럼 개운해졌다’는 반응이 인상 깊었다. ‘쿠로이’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의 스트레스를 날려 드리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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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일? 그거 될 일이 들으면 되게 서운한 말이래.’ 산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해웅의 대사다. 이 대사는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도 맞닿아있다. 산들은 “‘쿠로이’가 시도해보기도 전에 ‘할 수 없다’고 재단하지 말고 ‘안 될 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느끼게 해주는 따듯하고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산들은 데뷔 2년 차 때부터 뮤지컬 활동을 병행했다. 어느덧 가수와 배우 활동을 겸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산들은 “‘형제는 용감했다’ 대본을 처음 읽고 펑펑 울었던 게 뮤지컬 분야에 대한 도전 의지가 생긴 계기였다”고 돌아보면서 “예전에는 가수로 콘서트를 할 때와 배우로 뮤지컬 공연을 할 때 느끼는 희열이 확연히 달랐는데 요즘은 거의 비슷해졌다. 그만큼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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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이’에 담긴 메시지처럼 ‘안 될 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활동해왔다는 산들. 그는 국방의 의무 이행에 따른 공백기를 가진 뒤 온전히 활동으로만 채울 수 있었던 첫해인 2024년을 ‘산들 찾기’를 위해 달린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산들은 “활동 재개 이후 이전과 다르게 주춤거리게 되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올해 거의 쉬는 날 없이 부지런히 활동하면서 감을 되찾았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팀 활동과 뮤지컬 활동뿐만 아니라 솔로 앨범까지 보여 드리며 팬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 말미에는 “70대가 되어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쿠로이’는 내년 1월 19일까지 공연한다. 남자 주인공 해웅 역은 산들, 정욱진, 정휘가 번갈아 연기한다. 여자 주인공 옥희 역으로는 홍나현, 송나영, 김단이가 활약 중이다. 연출가는 뮤지컬 ‘데스노트’, ‘그레이트 코멧’, ‘어쩌면 해피엔딩’, ‘젠틀맨스 가이드’, 연극 ‘환상동화’, ‘햄릿 - 더 플레이’ 등을 이끈 김동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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