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벌인 폐렴구균 백신 관련 특허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판결이 특허 보호 체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향후 관련 법안 통과와 제도적 보완이 주목된다.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특허법원 21부는 제약사 화이자의 자회사 와이어쓰LLC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손을 들어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첫 폐렴구균 13가 백신인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를 개발했지만, 화이자는 자사의 백신 ‘프리베나13’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은 화이자의 승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법원의 화해 권고에 따라 프리베나13의 특허존속기간인 2027년 4월까지 자사 백신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양사의 법적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연구용 백신 원액을 수출하면서다.
화이자는 이를 특허 침해로 간주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러시아 수출이 ‘연구 목적일 뿐’이라는 입장인 반면, 화이자는 ‘원액을 조합하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앞서 대법원 화해 권고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1심에서는 화이자가 승소했으나, 지난 3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연구 시험 목적의 원액 수출이 특허권 침해 범위를 벗어난다는 게 특허법원의 판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소송 남용을 적절히 견제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백신, 바이오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이 될 기술을 적극 보호할 수 있게 특허심판 제도의 정책적,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특허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교흥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특허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 및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특허심판 선진화법’을 최근 발의했다.
특허심판의 경우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활용이 저조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허법’ 등에 따르면 특허심판의 전문성을 보완하고자 특허심판원에는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특허법원에는 전문심리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만큼 지난 3년간 전문심리위원의 활용은 26건에 그쳤다.
2022년 기준 한국은 산업재산권 출원량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는 67개국 중 31위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출원은 연평균 9.2%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특허 분쟁이 기업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만큼 기술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을 출범해 전문가들의 재판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법원은 법률판사와 함께 IT, 생명공학 등 다양한 기술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기술판사를 배치해 판결의 신뢰성과 신속성 등을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고도로 첨단화된 기술 분야의 경우 재판부의 기술 이해도가 재판 결과는 물론 기업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문가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전문가의 참여가 의무화되면 특허 분쟁이 보다 신속·정확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특허권을 두고 이런 사례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게 큰 문제”라면서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소송의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