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소소하고 소중한' 특별전 10일 개최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화려한 조명 아래에 놓인 국보, 보물과 달리 수장고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던 유물들이 특별한 외출에 나선다.
가장 가까이서 유물을 살펴보고 그 이야기에 주목한 큐레이터(전시 기획자)들과 함께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큐레이터 12명이 수장고에서 찾아낸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전시 프로젝트 '소소하고 소중한'을 10일부터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경력 34년 차 관장부터 입사 3년 차 막내 학예연구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시선으로 찾아낸 수장고 속 '보물' 44건 144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물을 들고 나르고 정리하다가 문득 어떤 문화유산이 눈에 들어왔던 순간, 스쳐 지나지 않고 다시 한번 들여다본 호기심에 주목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작고, 깨지거나, 혹은 대수롭지 않은 유물의 숨겨진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신라의 화려한 금관이 처음으로 발견된 금관총 출토 유리구슬이 대표적이다.
투명한 유리 사이에 금박이나 은박이 들어 있어 금빛이나 은빛을 띠는 중층(重層) 유리구슬은 크기가 손톱만 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곳곳이 깨지고 작은 흙 인형인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 일부가 남은 항아리 조각, 월지에서 나온 불상의 오른손 등도 주목할 만하다.
박물관에서 관람객에게 처음 소개되는 유물도 있다.
경주 도심 동쪽 황용동에 있는 황용사(黃龍寺) 내부 절터에서 출토된 사자상과 짐승 얼굴 무늬 꾸미개는 최근 발굴 조사에서 찾은 통일신라시대 흔적이다.
금속판 일부를 도려내는 투조(透彫) 기법으로 만든 짐승 얼굴 무늬, 앞·뒷다리를 쭉 뻗은 듯한 모습의 사자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황오동에서 출토된 동물 모양 벼루, 소현리에서 찾은 십이지상도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신라 귀족의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바둑돌, 실물로는 접하기 어려운 금관총·천마총의 직물, 경주 지역의 나무 빗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전시품 옆에는 큐레이터들이 이 작품을 왜 선택했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관람할 때 어떤 부분을 봐야 하는지 조언한 내용이 적혀 있어 이해를 돕는다.
함순섭 경주박물관장은 "화려하지 않은 문화유산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그 가치를 전시에 담아내는 큐레이팅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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