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 김형민 기자 = 한국공항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정기)는 8개월여 지속된 리더십 공백과 함께 항공수요 침체까지 겹악재를 맞은 상황이다. 특히 지방공항 활성화 등 공항특별경영체제로 위기 타개를 시도하고 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방 항공업계 실적은 여전히 침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공사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을 썼던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지난 10월 기준 이용객, 운항 횟수, 화물운송이 각각 전년 대비 99.3%(32만3458명), 107.2%(2136편), 78.1%(3367.8t) 증가했다. 이달부터는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신규 국제선과 제주향 국내선까지 추가돼 총 18개 노선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무안공항 회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는 코로나19 이후 무안공항의 극심한 침체기에 비하면 ‘기저 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또 북미·유럽향 등 중장거리 노선을 겨냥한 환승 노선조차 보유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여전히 국제공항으로서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극복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전남 지자체 차원에서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공사(2.8km→3.15km)가 추진되고 있으나, 완공돼도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누적 기준 울산공항, 대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은 지난 2019년 대비 이용객이 각각 58.2%, 65.1%, 90.8%, 9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주공항의 경우 동 기간 팬데믹 전보다 2배 수준 늘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청주공항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 공항들의 실적 반등세는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지방공항 활성화 시그널로 단정할 수 없는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 지방 공항들은 북미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 체계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통계로도 2022년과 지난해와 비교하면 승객수 증가율은 보합세 수준”이라며 “팬데믹 이전과 비교한 자화자찬식 통계에 고취된다면 근본적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관할 지자체 지원으로 ‘지방거점공항’으로서 브랜드를 우선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정기 직무대행은 지난 2일 ‘위기를 넘어 혁신으로’ 세미나에서 청주공항 반등 사례를 소개하며 현재 중국, 동남아 등 5개국 16개 노선 운항과 일본 삿포로 노선 추가 취항을 앞둔 만큼, 올 연말까지 청주공항 이용객이 총 47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지방공항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청주공항은 수도권, 대전, 강원을 아우르는 권역으로 항공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어서, 남부 소재 지방공항들의 수요 부진이라는 본질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다는 점이 간과됐다는 지적이다. 청주공항을 지방공항 활성화 모델로 삼기에는 남부권 지방공항은 지리적 여건, 비수도권 인구, 제반 인프라 등이 달라 노선 확충 등 원론적 대안으로는 지방공항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 지방공항 관계자는 “청주공항은 일단 영호남 소재 공항들과 달리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과 인접해 있다는 프리미엄이 있다. 반면 충청권 이남의 지방공항들은 유치할 수 있는 승객이 한정적”이라며 “노선 확충도 중요하지만, 인근 교통·상권·여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대적인 공항 홍보가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공항공사는 오는 2025년 3월까지 지방공항 노선 운항 편수를 올 하절기 대비 113%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신규 노선도 취항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지방공항 수요를 높인다는 구상인 셈이다. 아울러 저가 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해외 노선을 대폭 늘리는 것도 공사의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에 담겼다.
이런 가운데 공사는 사장 공백 장기화라는 악재도 품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윤형중 전 사장이 중도 사퇴한 뒤 공사 사령탑은 현재 8개월째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후임 인선을 놓고도 정치 논리가 개입되며 잡음이 빚어졌다. 대통령실·관저 이전을 총괄한 김오진 전 비서관(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내정됐다는 후문이 돌며 ‘관치(官治)’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공사 안팎에선 ‘낙하산 인사’가 아닌 항공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사장으로 내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는 공사의 ‘경영 코마’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해외공항과 연계 등 대외투자를 비롯해 공항 서비스 첨단화, 지방공항 활성화 사업이 정체된 실정이다. 전임 사장이 추진했던 신공항 전면 대응, 비즈니스석 패스트트랙, 공항 내 복합문화공간 조성, 공항 명칭 변경 등 주력 사업도 시계제로인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로 지방공항들의 국제선 운항 활성화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현재 관할 지자체들과도 각 거점 공항들의 발전방안을 지속 논의 중에 있다”면서 “사장 공석은 일부 잡음이 있지만 공사가 자체적으로 해소하기 쉽지 않은 정치적 문제다. 일단 (이정기)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차질없이 핵심업무를 수행 중이고, 지방공항 활성화 도모와 함께 공사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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