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잘못 쓰고 있는 표현-③

[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잘못 쓰고 있는 표현-③

연합뉴스 2024-12-09 09:21:28 신고

3줄요약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진위 여부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으로 사전에서 풀이하는 데 막상 쓸 때는 헛갈린다. 차라리 이렇게 여기는 게 좋다. '인지, 아닌지' 혹은 '했는지, 안 했는지.'

'근무 시간 내 코인 거래 여부 ⇒ 근무 시간에 코인 사고팔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부당한 협박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 ⇒ 협박인지 아닌지'

'여부' 앞에는 원칙적으로 상반성(相反性)을 함께 지닌 단어를 놓으면 안 된다. 대표적인 게 '진위'(眞僞)다.

진위에는 '인지, 아닌지' 혹은 '그런지, 안 그런지'가 다 들어 있어서 여부는 불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실 여부' 혹은 그냥 '진위'만 쓰면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개폐(開閉)/성패(成敗)/존폐(存廢)/상벌(賞罰)/안위(安危)/미추(美醜)' 등은 여부와 같이 쓸 수 없다.

'진위 여부 ⇒ 진실 여부, 진위 | 개폐 여부 ⇒ 개폐'

'성패 여부 ⇒ 성패 | 존폐 여부 ⇒ 존폐 | 상벌 여부 ⇒ 상벌 | 안위 여부 ⇒ 안위 | 미추 여부 ⇒ 미추'

이와 비슷한 듯 다른 것이 유무(有無)다. 유무는 말 그대로 '있느냐 없느냐'다. '이 물질의 독성(毒性) 유무', '당시 사건의 위법성 유무', '시민의 참정권 유무', '관련 인물들의 상속권 유무' 등이 그 예다.

◇ 회자

신문, 방송에서 아직도 많이 틀린다.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이다.

인구에 회자되다, 혹은 사자성어 '인구회자'(人口膾炙)로도 활용된다. 단, 긍정의 의미로만 쓰인다.

"알 카포네는 전설적인 미국 시카고의 마피아 두목으로 여태 회자되고 있다."

"경기 중 상대 선수를 깨물어 '핵 이빨'이란 별명으로 회자되는 우루과이 축구팀의 수아레스."

이런 경우는 '회자'를 잘못 사용한 경우다.

부정의 의미일 때는 '입길에 오르다', '구설수가 있다', '구설에 오르다' 등이 대안이다.

◇ 휘발성

방송진행자, 기자, 앵커, 시사평론가들이 자주 틀리는 표현으로 '휘발성'이 있다.

"굉장히 휘발성이 높은, 그런 주제라는 거죠."

어떤 사안이 앞으로도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확장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을 때 흔히들 쓴다. 휘발성에 대한 착각, 오해, 무지다.

휘발(揮發)의 본뜻을 고민하지 않고, 뭔가 열과 빛이 나는 연소 작용으로 인식해서 발생한 오류인 듯하다.

휘발은 액체가 기체로 되어 날아 흩어지는 현상이다. 곧 금세 사라져 없어지는 게 휘발이므로, 오히려 의도와는 반대되는 의미로 전해질 수 있다.

'폭발력이 센(강한) 주제', '폭발 가능성이 큰 주제', '발화(發火) 가능성이 높은 주제', '가연성(可燃性), 인화성(引火性)이 상당한 주제' 등으로 바루도록 하자.

◇ 동물과 식물의 의미

종종 '동물 국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본다. 동물은 그렇게 싸우지 않는다. 서로 욕하고 싸우고, 심지어 광기(狂氣)마저 번득이는 장면은 오롯이 인간의 것이지, 동물의 것이 아니다.

동물은 번식 아니면 생존, 두 지점에서만 치열하고 위엄있게 겨루며 패자는 깨끗이 승복하고 물러난다. 그러니 동물을 모욕하지 말라!

반려견, 반려묘를 비롯한 사랑스러운 동물을 여의도 저질 국회의원들과 어찌 비교, 평가하는가.

이럴 때, 우리 윗세대들이 얼추 적절한 표현을 썼다.

"저런 금수(禽獸)보다 못한 자(者)들!"

그런데 이것도 좀 따지고 들면 이렇다. 금(禽)은 날짐승이요, 수(獸)는 들짐승이다. 그러니 구체성을 띠려면, 차라리 포식동물로 한정해 '야수'(野獸) 국회 내지는 '짐승 국회'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아니면, 단순하게 그냥 '폭력 국회'라고 하든가. 국회가 일을 안 하면 '식물 국회'란 표현도 등장하는데 이 또한 어림없긴 마찬가지다. 식물은 티 나지 않게 묵묵히 생장(生長)하는 존재다. 자기 할 일을 의연하게 수행한다.

식물이 듣기라도 하면 기분 나빠 하고도 남을 말이다. 식물은 오늘도 분을 삭이고 있다!

◇ 굉장히

'굉장하다'의 '굉장'은 한자로 宏壯이다. '넓고 크고 굳세고 웅장하다'라는 의미로, 쓰임이 제한적이다.

규모나 성질 면에서 크고 많고 높고 무겁고 엄청날 때만 '굉장하다'를 쓰는 것이 옳다. 부사 '굉장히'를 쓸 때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very' 대용으로 매우 빈번히 오용되고 있다.

'굉장히 좋다', '굉장히 예쁘다', '굉장히 귀엽다', '굉장히 조그맣다', '굉장히 기쁘다', '굉장히 슬프다', '굉장히 미묘하다', '굉장히 감격스럽다'. 이러면 강조하려던 문장이 오히려 이상해진다. 다양한 부사를 사용해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 내용은 뒤에서 다시 한번 다뤄보겠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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