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2031년까지 전문인력 5.6만명 필요...인재확보 '사활'

반도체업계, 2031년까지 전문인력 5.6만명 필요...인재확보 '사활'

한스경제 2024-12-09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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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사진=SK하이닉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산업 중요성이 커지면서 제품 수요와 제조 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반도체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업계는 인재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대역폰 메모리(HBM) 세계 3위의 미국 마이크론이 국내 대학을 찾아다니며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만 오는 2029년까지 14만6000명의 반도체 인력이 필요하고 우리나라도 2031년까지 5만6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깊이 있는 고급 인재들이 많이 필요로 한 가운데 미국은 반도체 엔지니어를 최고 대우로 우대해 준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조금 약하다”며 “삼성전자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 대학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반도체 인력 확보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업계는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올 3월 발표한 ‘초격차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 협력 촉진 방안’엔 과학기술 연구인력 부족 인원은 지난 2019년에서 2023년 800명에서 2024년에서 2028년에 4만7000명으로 5년간 약 60배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반도체 인재 영입’과도 연관이 깊다. 현재 각국 반도체 인재 영입전은 치열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유럽과 대만 등에서 거액의 연봉 등을 내세워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화웨이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 협력사 직원들에게 ‘현재 급여보다 최대 3배 이상 많은 급여’를 제시하며 이직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들도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정보 제공업체 ‘IT주쯔’가 최근 발표한 ‘중국 AI 창업자 경력 통계 보고서’엔 이른바 ‘차이나 리턴(외국 기업 취직 후 본국에 돌아와 창업하는 인물) 기업인’이 몸담았던 기업 명단에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올해 3월엔 SK하이닉스에서 20년간 일한 핵심 연구원이 전직금지 약정을 어기고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려고 해 법원이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인공지능(AI) 기술 필수요소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후발주자 마이크론에 기술이 유출될 시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도 중국이나 국내 타 회사로 많은 인력의 이동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연봉이나 대우가 이전 직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 제시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퇴사 후 동종업계 취업할 수 없다는 보안 서약서 등이 있지만 요즘은 그 서약서에 사인을 거부하고 이직하는 경우도 있고 이직해도 반도체와 관련 없는 다른 계열사에 적을 두고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반도체와 AI 분야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외국 인력 구인 과정을 정부가 지원하고 비자 요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또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역 입대를 대신하는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의 고용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돛 공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돛 공장./사진=삼성전자

지난 5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역동성 제고 및 신산업 촉진을 위한 경제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의 해외 인재 유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설계 인력은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중소기업의 인력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터키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는 국내 근무를 희망하는 인재가 있지만 개별 스타트업이 해외 인재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정부는 코트라가 직접 링크드인 등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구인공고를 대행하도록 하고 산업기술진흥원은 GPT 기반 해외 인재 정보 분석 플랫폼 'Tech-GPT'를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해외 인재 채용 방식은 외국 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인재를 알음알음 데려오는 방식이었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인재 발굴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문 인력 비자(E-7) 발급 요건 개선도 추진된다. 현재 AI 전문 인력 비자(E-7-1)는 △석사 이상 학력 △학사 졸업 및 동종 분야 실무 1년 이상 △동종 분야 실무 경력 5년 이상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기부와 법무부는 비자 제안제를 활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과기부가 소프트웨어 역량 검정시험(TOPCIT) 레벨 4 이상 자격증 보유자를 비자 요건 완화 대상으로 제안하면 법무부가 심의하는 방식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AI 관련 미국 및 유럽의 해외 인재는 몸값이 높아 우리 기업이 유치하기 어렵다"며 "동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 국내로 오고 싶어 하는 인재를 위한 비자 요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석사 졸업 요건은 이들 국가의 인재들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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